‘빨간 색’이 무서운 것으로 교육받은 한국인들은 공산주의에 대한 콤플렉스가 적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한국에서 공부하는 중국 유학생들은 농담으로 한국인들을 ‘타고난 공산주의자’라고 부른다.
자기 아내까지 ‘우리 마누라’라고 부르며 남들과 공유하는 철저한 공산주의자가 어디에 또 있을까.
중국에서 기숙사 룸메이트는 옷걸이 하나도 빌려달라고 했는데, 서울선 옷을 같이 입자고 한다.
또 아르바이트를 해 돈을 벌면 친구들이 “한번 쏘라”고 한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는 “자기 것을 잘 챙기라”고 교육했는데, 이 곳에선 내 것을 지키는 게 이기적인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때로는 ‘공산주의’보다는 ‘평균주의’에 가까운 것 같다.
모든 것을 다 함께 공유하자는 게 아니라 자신이 소속된 집단 안에서만 그런 공동체 의식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도 “나보다 많이 가지면 안 된다”는 평균주의와 닿아 있다.
한국의 뜨거운 ‘사 교육열’도 이러한 ‘평균주의’에 기인하는 게 아닐까? 수업시간에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은 쉽다고 자고 공부 못 하는 학생들은 어렵다고 잔다.
그리곤 학교가 끝난 뒤 학원에 가거나 과외를 받는다. 한국인들은 남의 애가 자기 애보다 공부를 잘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남의 애가 자기 애보다 더 어려운 수업을 받는다는 것을 허용하지 못한다.
‘평준화’는 질투심을 가리는 핑계에 불과하다.
겉으로 내놓지는 않지만 학부모들은 마음속으로 내 아이가 남의 애보다 공부를 잘 해 내 아이만 명문대에 들어가기를 바란다. 그래서 집에서 남몰래 과외를 시킨다.
과외에서도 평균주의가 작동한다.
“고액 과외를 단속해야 된다!”는 구호는, 물론 고액 과외 중에 비리가 있기도 하지만, “내가 못 하는 비싼 과외를 너도 하지 마”라는 심리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게임의 룰’을 정했으면 경쟁에 전력해야 하고 지면 결과에 승복해야 하나, 박수를 보내기는커녕 기회를 봐 그 ‘잘 난’ 친구를 혼내주려 한다.
이런 비겁한 평균주의의 결과는 병태적인 불합리를 몰고 온다.
학부모들이 학교와 학원에 두 번 돈을 내야 하고 학생들은 낮에는 학교, 밤에는 학원에 가야 하니 피곤하다.
공교육이 잘못됐다고 야단법석이나, 그게 교육부와 선생님 탓만은 아닌 것 같다.
/ 왕샤오링·중국인·경희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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