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5일 ‘전윤철(田允喆) 경제부총리, 박지원(朴智元) 청와대 비서실장’ 카드를 택한 것은 친정체제로 임기 말 누수를 막고 어려운 국면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경제부총리에 화합형 전문가인 이기호(李起浩) 전 청와대 경제수석 대신 강골의 전윤철 비서실장을 기용하고 최측근인 박지원 대통령 정책특보를 실장에 임명했다는 사실에서 ‘힘있는 국정’운영의 의지가 읽혀진다.
특히 박 실장은 야당이 ‘최악의 인사’라고 비난했듯이 인사 전부터 역풍이 예상됐지만, 김 대통령은 그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혔다.
이는 모양새 보다는 내용을 중시하겠다는 것으로, 비난이 있더라도 일은 제대로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욱이 지금은 김 대통령의 아들들이 비리 의혹 사건과 관련해 거론되는 지극히 어려운 시기다. 자칫 잘못 대응할 경우 임기 말 국정운영이 뒤틀릴 것은 물론이고 그 동안 쌓아온 업적 전체가 송두리째 평가절하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민감한 국면에서는 믿을 수 있는 측근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풀이다. “박 실장은 최후의 구원투수”라는 한 청와대 관계자의 말처럼 김 대통령은 임기 말에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내놓았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승부수를 던진 성격이 짙다. 대개 임기 말 경제정책은 안정적이고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게 상례이지만, 전 부총리 임명은 개혁정책의 지속과 드라이브에 더 비중을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양대 선거의 와중에서 정치논리가 우세해져 구조조정과 민영화라는 경제논리가 뒷걸음칠 수 있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인 것이다.
이기호 전 경제수석을 경제특보에 임명한 것도 가용 가능한 자원을 총동원한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임기 말의 흐름은 권력의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역풍을 뚫고 가겠다는 의지는 차기 대권주자로 힘이 쏠려가는 현실에서 좌초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강한 컬러의 라인업이 오히려 강한 견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각종 난제들의 순리적 해결을 어렵게 할 소지도 있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에 대한 평가는 좀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