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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베네수엘라 앞날은…차베스, "보복은 없다" 유화제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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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베네수엘라 앞날은…차베스, "보복은 없다" 유화제스처

입력
2002.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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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권좌 복귀 이후 베네수엘라는 차츰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지만 쿠데타 세력에 대한 보복 우려가 커지는 등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차베스 대통령은 14일 새벽 수십만 명의 지지자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대통령궁에 돌아와 재취임식을 가졌다.

그는 “어떠한 보복도, 마녀 사냥도 없을 것이다. 나는 복수에 목말라 있지 않다”고 화해를 다짐했다. 그는 또 “피와 고통을 가져온 이번 사태가 모두에게 교훈이 되어야 한다. 안정과 이성, 그리고 국가 통합을 촉구한다”고 평온을 되찾을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그의 유화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쿠데타와 역쿠데타로 혼란스러웠던 이번 사태의 여파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임시대통령에 취임했던 페드로 카르모나 상공인연합회 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시작됐으며, 보복을 두려워하는 차베스의 정적들이 대거 해외로 도피했다고 디오스다도 카베요 부통령이 밝혔다.

임시내각 각료들과 100여명의 군 인사들이 이미 체포됐고 반 차베스 시위로 쿠데타의 빌미를 제공했던 국영석유회사(PDVSA)의 반 차베스 인사들도 도피했다.

한편,차베스의 실각과 함께 하락세를 보였던 국제 유가도 반등세로 돌아서 런던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 5월 인도분 가격은 15일 개장과 동시에 전장보다 31세트 오른 24.60달러를 기록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역쿠데타를 일으켜 자신의 권력 회복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 제42공수여단을 방문, 장병들에게 연설하는 것으로 쿠데타 이후 첫 공식 외부 행사를 가졌다. 차베스는 수도 카라카스 서쪽으로 80㎞ 떨어진 마라카이 기지를 방문, “여러분들은 위대하다. 나는 항상 여러분과 함께 있을 것이다”라며 치하했다.

또 장병들에게 군대와 국민의 단결을 강조하면서 “군과 국민이 단합하지 않으면 아직도 거리에서 싸움이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42공수여단은 차베스가 군 재직때 몸담았던 부대로 이번 차베스 축출 쿠데타에 맞서 군부대 가운데는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차베스는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된 국영석유회사(PDVSA)의 파업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자신이 임명했던 이사진의 사퇴를 발표했다.

쿠데타 직후 언론을 통해 차베스를 비난했던 야당 지도자들은 대부분 침묵을 지켰다. 유력 야당 인사인 알프레도 페나 카라카스 시장은 지난 밤에 차베스 지지 시위대가 자신의 집무실을 향해 총을 난사,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쿠데타 이후 차베스 지지 시위를 보도하지 않는 등 쿠데타 세력을 도운 TV 방송들도 조사를 받을 것이란 관측이다.

계층간의 갈등도 심화했다. 이날 수도 카라카스의 빈민층이 거주하는 서부 지역에서는 차베스 지지 시위대가 거리를 누볐으나, 반 차베스 시위가 벌어졌던 동부의 부유층 거주 지역은 조용했다.

차베스의 축출을 은근히 환영했던 미국은 차베스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관망자세로 돌아섰다.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차베스가 인식하기를 바란다”며 “두 번째 통치 기회를 잘 활용해 배를 잘 조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15일 차베스 축출을 기도했던 군부 세력이 2월 말께 카라카스의 미국 대사관과 접촉,자신들이 쿠데타를 계획하고 있음을 알렸다고 보도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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