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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발전노조 파업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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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발전노조 파업의 교훈

입력
2002.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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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이상을 끌던 발전노조 파업이 이 달 초 노정충돌 직전에 타결된 것은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었다.발전노조 파업과 그 전말은 한국 노동운동에 분수령을 이룰 만한 중요한 사건이다. 그 자초지종을 차분하게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김대중 정부가 추진해 온 4대 부문 개혁 중에서 공공부문과 노동부문의 개혁이 가장 미흡하다는 것은 일반적인 평가다.

공기업 민영화는 이 두 부문의 개혁을 촉진시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낳는다.

발전노조는 ‘민영화=정리해고’라는 조합원의 위기감을 등에 업고 민영화 철회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가 공공부문 개혁의 핵심이며 경제효율을 위해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어느 한 쪽의 양보가 없이는 대충돌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노동계의 양보로 이 기(氣)싸움은 일단 끝났다.

정부는 이번에도 양보하고 타협하라는 압력을 엄청나게 받았다.

국민의 80% 이상이 발전산업 민영화에 반대한다, 국내외 각계각층에서 잘못된 사유화 정책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공공부문에서 더 중요한 정치개혁과 부패척결은 못하면서 약한 노동자만 힘의 논리로 몰아 붙이고 있다, 국민경제를 생각하여 민주노총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야 한다 등등.

이러한 온갖 종류의 그럴듯한 논리와 여론이라는 이름의 압력을 이겨 내고 민영화원칙을 관철시킨 정부는 크게 칭찬 받을 만하다.

정치권도 정치논리로 포장한 중재안을 들고 나와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려는 쇼를 벌리지 않은 것은 잘 한 일이다.

이번 발전노조 파업 사태에서 우리는 적어도 다음 네 가지의 교훈을 배워야 한다.

첫째, 공기업 민영화의 대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민영화가 만능은 아니지만 정부 독점보다 훨씬 낫다.

민영화 원칙에 관한 한 이 정부가 더 이상 ‘만델라가 아니라 대처’라는 단호한 자세가 총파업을 막았다.

설사 앞으로 민영화를 반대하여 총파업이 일어나더라도, 그리고 어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민영화 원칙이 훼손되지 않아야 공공부문의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진다.

둘째, 경제문제는 경제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점이다.

경제문제에 대해 각계각층의 인사가 뜨거운 가슴으로 성명서를 내놓는 것을 정치권이 국민여론이란 이름으로 수용하려고 해서는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

전문성의 원칙은 경제학자 내부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공기업 민영화에 대하여는 산업조직론자들, 금융개혁에 대하여는 금융학자들, 노동개혁에 대하여는 노동경제학자들의 견해를 우선적으로 경청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산업조직론자들 열에 여덟 아홉은 민영화를 당연한 명제로 받아 들이고 있다.

셋째, 노조는 경제문제를 정치적 문제로 전환시켜 불법투쟁을 일삼는 방식을 벗어나 실용주의 노선을 택해야 한다.

대기업이나 공기업의 전투적 노조가 구조조정의 걸림돌 노릇을 하고 있는 상황은 이제 극복돼야 한다.

구조조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에 노ㆍ사ㆍ정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우리 나라에서 일자리 나누기와 고용 유지가 활성화하지 않고 구조조정이 으레 정리해고로 통용되고 있는 것은 선진국과 같은 현저한 임금 삭감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넷째, 정부는 정치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을 단행해야 한다.

정치개혁이 답보 상태이고 권력층의 부패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나는 바담풍 하더라도 너는 바람풍 하라'고 한다면 개혁의 역풍이 드세지기 마련이다.

노동부문을 개혁하면서 노동자의 눈물을 닦아 줄 수는 없다. 그러나 부패 척결을 위해서는 읍참마속 할 수 있어야 한다.

발전노조 파업 사태가 남긴 이러한 교훈들이 당연한 명제로 자리잡을 때 우리 경제는 한 단계 도약할 것이다.

안국신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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