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후보 지역별 경선 출발점인 13일의 인천 경선에서 이회창(李會昌) 후보가 79.3%라는 압도적 득표로 1위를 차지, ‘이회창 대세론’의 건재를 과시했다. 3년8개월간 총재로 재임하면서 다진 조직과 인맥이 노풍(盧風)이라는 외부 영향에도 끄떡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얘기다.인천 경선에서는 11개 지구당 가운데 이부영(李富榮) 후보를 지지한 서상섭(徐相燮) 안영근(安泳根) 의원 등 3명을 뺀 8개 지구당 위원장이 이회창 후보편에 섰다. 여기에 대의원 개별 접촉을 원천 봉쇄한 경선 규약이 후발 주자인 최병렬(崔秉烈) 이부영 후보의 발을 묶은 것이 예상보다 표차를 크게 벌인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이로써 이회창 후보는 경선 초반 ‘이회창 필패론’과 ‘필승 대안론’ 등이 자리잡을 여지를 차단해 대세론에 탄력을 붙일 수 있게 됐다. 이어 최병렬 후보가 일정세를 갖고 있는 18일 울산 경선만 무난히 넘기면 나머지 지역의 판세를 감안할 때 사실상 승부는 끝났다는 것이 이회창 후보측 시각이다.
이런 일방적 분위기는 경선의 긴장감을 떨어뜨려 국민적 관심을 끌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첫 경선인데도 투표율이 60.1%로 낮았고 민주당의 경우 절반이 넘었던 20ㆍ30대 선거인단 비율이 20%를 겨우 웃돌았던 데서 그런 징후가 엿보인다.
이회창 후보측은 인천의 압승을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경선 흥행을 위한 전략 수정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혹시라도 엉뚱한 바람이 불 수 있는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의 경선은 절대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최병렬, 이부영 후보의 공세 수위가 확연히 높아져 본선을 의식해야 하는 이회창 후보가 난처한 입장에 몰리는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판세의 변화가 없을 경우 일부 후보가 불공정 경선을 이유로 중도 사퇴해 모양이 망가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초반 승기를 잡은 이회창 후보가 직면한 간단치 않은 고민이다.
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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