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보약’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개운한 잠을 자기는 쉽지 않다. 지구촌의 불면증 환자가 평균 4명중 1명 꼴이라는 미국의 연구 결과도 있다.많은 사람들이 피로와 불안정, 기억력과 판단력 저하 등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이들 중 상당수가 수면제를 복용하지만 전문의들은 ‘위험천만한 치료법’이라며 자제를 권고한다.
불면증, 수면제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짚어본다.
▼잠 못자면 모두 불면증일까?
“그렇지 않다. 중요한 시험이나 사업상 만남을 앞두고 흥분이나 스트레스로 며칠 잠을 못자는 경우에는 스트레스가 없어지거나 적응이 되면 정상 수면을 회복한다.
진단을 필요로 하는 경우는 1주일에 3회 이상 정상적인 수면을 취하지 못하거나 다음날 피곤한 현상이 한 달 넘게 지속되는 경우이다.
또 ‘최소한 얼마는 자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가질 필요 없다. 사람마다 필요한 수면시간은 4~10시간 범위로 개인차가 심하다. ”
▼수면제로 불면증을 치료할 수 있는가?
“정말 위험한 상식이다. ‘불면증은 잠 못 이루는 병’이므로 ‘잠자게 하는 약인 수면제로 치료하면 된다’고 생각해 마구잡이로 복용하는 게 환자들의 가장 큰 문제다.
불면증의 원인은 스트레스, 불안 등 심리적인 요인이나 술, 담배, 카페인 등의 나쁜 수면습관을 비롯해 사지경련증이나 수면무호흡증, 잦은 해외여행 등으로 인한 수면주기 변화 등 수십 가지에 이른다.
정확한 원인진단 없이 수면제로 잠을 유도하면 불면증이 더욱 악화된다. 특히 코골이나 수면 무호흡증 환자의 경우 수면제로 숨 안쉬는 증상이 악화돼 경우에 따라서는 뇌졸중 심근경색증 등 심각한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 반드시 검사가 필요하다.
검사 결과에 따라 수면환경의 개선이나 취침시간을 줄이는 수면제한요법, 인지행동요법 등 약물 외의 여러 가지 치료법을 쓸 수 있다.
수면제가 필요한 경우는 전체 환자의 절반 이하다. 게다가 아직까지는 깊은 잠을 유도하는 이상적인 수면제가 없다.
수면제를 먹고 드는 잠은 얕은 잠이다. 피로를 풀어주고 단백질을 합성하는 뇌파인 델타파가 나오는 ‘델타수면’이 이상적인 잠인데, 수면제로 청하는 잠은 그렇지 않다.
▼수면제를 장기복용하면 중독될 수 있나
“그렇다. 수면제는 원칙적으로 필요할 때만 가끔 복용해야 한다. 갑작스런 불안으로 인한 불면증이나 장거리 비행 후 시차적응을 위해 복용하는 수면제까지 금할 필요는 없지만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고 집에서도 테스트를 해봐야 한다. 1주일에 2회 정도가 적절하다.
한 달 이상 복용하면 내성이 생겨 처음에는 한 알 먹다가도 나중에는 두 알, 세 알 복용해야 같은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또 수면뇌파가 변해서 깊은 잠을 잘 때 나오는 델타파 대신 약간 졸릴 때 나오는 세타파가 많이 나와 ‘자는 둥 마는 둥’ 한 상태가 만성적으로 지속된다.
현재 흔히 사용되는 벤조다이아핀계 약물은 과량 복용시 사망할 수도 있는 종전의 바비튜레이트에 비해 비교적 안전한 편이지만 내성과 금단증상은 여전히 문제가 된다.
불안, 불면증, 악몽은 가벼운 금단증상이다. 발작과 정신병, 고열도 생길 수 있다.
▼수면제와 술을 같이 먹으면 어떻게 될까
“술과 수면제는 같이 복용할 경우 호흡마비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모두 호흡중추를 억제하는 두 물질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면 체질에 따라 수십 배의 억제기능을 발휘한다.
청소년들이 환각제 대용으로 수면제를 소주와 함께 먹다 사망하는 사고가 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수면제 복용 3~4시간 전, 복용 후 8시간 이내에는 절대 술을 마시면 안 된다.
흔히 술을 수면제 대용으로 잠 안올 때 애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터무니없는 생각이다. 불면증 환자 중 상당수가 알코올중독자이다.
술은 중추억제기능을 갖지만 중추의 일부에만 작용하는 수면제와는 달리 중추 전체에 영향을 미쳐 얕은 잠을 잘 때와 비슷한 증상을 가져온다.
●건강한 수면을 위한 수칙
1. 낮잠을 피한다. 정말 졸리는 경우는 일어난 지 8시간이 지난 후 10~15분 정도로 제한한다.
2. 잠자리에 드는 일정 시간 외에는 침대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3. 늦게 자더라도 일정한 시간에 일어난다. 기상 후 30분 내에는 햇빛을 보아야 수면주기가 일정해진다.
4. 저녁 7시 이후에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담배는 수면방해물질이다.
5. 너무 잠들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10분이상 잠이 안 오면 일어나 다른 일을 찾는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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