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애니메이션 ‘개미’의 한 장면. 주인공 개미는 떨어진 물방울에 갇혀 위기를 맞는다.젤리처럼 몸을 옥죄는 작은 물방울에 갇혀 빠져 나올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왜 개미는 물방울 속에서 밖으로 빠져 나오지 못한 것일까?
미세유체역학(Microfluidics)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당연하다.
미시의 세계에서 물에 갇힌 개미는 점성에 의한 영향으로 마치 끈적끈적한 늪에 빠진 것과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또 표면 장력에 의한 영향이 매우 커져, 물 방울의 표면층을 찢고 개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매우 큰 힘이 필요하다.
서울대 전기 컴퓨터공학부 장준근 교수는 “미세유체역학을 응용하면 마이크로미터(㎛) 단위에서 유체(流體), 즉 물과 같은 액체의 흐름을 조절할 수 있다”며 “나노기술(NT)과 접목해 각종 미세 단위의 검사기계 개발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화학, 생물학, 의학 등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시료는 액체 형태. 따라서 이러한 시료들을 다루는 실험 장치는 미세한 나노과학과 유체역학의 이해가 필요하다.
미세한 크기의 기계가 물 속 혹은 습도가 많은 환경에서 움직일 때에는 마치 물방울 속에 갇힌 개미의 느낌을 받게 된다.
주요 개발 대상은 미세 시료를 옮길 수 있는 통로(channel), 흐름을 조절하는 미세 펌프나 미세 밸브 등의 미세유체소자이다.
미세 시료의 양이나 흐름을 조절하고 유량과 유속을 조절하는 기술 개발도 최첨단 연구 대상이다.
원리는 신기하다.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미세한 크기에서는 물의 운동성질이 우리가 보는 것과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미세한 통로로 아주 느리게 흐르는 물은 우리가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물의 흐름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물이 흐르는 속도를 1초에 수 ㎚(1 나노미터는 1억분의 1㎙) 정도로 늦추면 여러 갈래에서 들어오는 물줄기가 한 곳에 모여도 전혀 섞이지 않게 된다.
속도를 조금 더 높여도 각각의 물줄기 사이에는 일종의 장벽이 형성되는 것.
물의 양이 아주 작아지면 보통의 물보다 점성이 커져 세포 한 개 정도 크기의 입자는 이 같은 물의 장벽을 빠져나갈 수 없게 된다.
액체 흐름의 속도를 늦춰 장벽을 만든 뒤 다른 두 곳에서 들어오는 액체의 양을 늘려 통로를 좁히면 가운데 통로로 나오는 백혈구가 하나씩 통과하면서(사진 2) 수를 셀 수 있게 된다.
‘물처럼 흐르지 않는’ 미세 유체의 성질을 이용해 새로운 연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장 교수는 “즉석에서 혈액형을 판별할 수도 있고 식중독균의 침투를 감지할 수 있도록 백혈구의 수도 셀 수 있다”며 “최근 각광받는 나노연구의 총아, 랩온어칩(lab-on-a-chip)이나 미세 전자기계장치(MEMS)를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정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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