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그룹 산하 건설사들이 도로, 철도건설 등 국가 인프라 구축과 해외시장 개척이라는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지 않는 한 분양가 거품 같은 아파트시장의 혼란은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대우그룹 계열사로 워크아웃을 당한 후 정상궤도를 되찾기 위해 변신을 모색 중인 경남기업 조병수(曺秉洙ㆍ60) 사장은 분양가 급등과 같은 부동산 문제의 해결점을 ‘건설업계 질서회복’에서 찾는다.
건설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업계 모임에 나가서도 “집 없는 서민의 한없이 슬프고 절망적인 심정을 한번이라도 헤아려 본다면 외제 고급 마감재를 사용해 아파트값을 부추기는 업계의 그릇된 관행은 근절돼야 한다”거나 “건설사는 먼저 서민을 생각하고 나아가 공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등의 ‘바른 소리’를 멈추지 않는다.
경남기업은 1999년 12월 워크아웃이 결정돼 말 그대로 기업개선작업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조 사장은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채권단이 내세운 전문경영인으로, 1983년부터 10년 가까이 경남기업에서 근무한 경력과 뚝심이 높이 평가됐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지 2년 만에 당기순이익 200억원을 올리며 2년 연속 흑자를 낼 수 있었던 것도 조 사장 특유의 배포 덕분이었다.
“세상에 할 수 없는 일이란 게 뭐가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하는 그는 “기업개선 약정 가운데 대다수를 충족했기 때문에 상반기 중으로 워크아웃을 졸업할 수 있을 겁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러나 그의 배포 뒤에는 워크아웃 기업 CEO로서의 아픔과 고뇌가 배어있다. “워크아웃 기업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민간공사는 거의 접근할 수도 없었다.
때문에 원가절감과 구조조정 등 내핍경영에 사활을 걸게 됐다” 그는 직원들의 회생의지 회복이 급선무라고 판단, 간부회의나 직원조회 등 공식적인 만남과 맨투맨의 사적 만남을 통해 비전을 제시하고, “함께하자”고 설득했다.
결국 ‘경남살리기’에 적극 동참한다는 전직원들의 대답을 이끌어냈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 끝에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경남기업은 워크아웃 첫해인 2000년에 76억원의 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채권단의 예상을 뒤엎고 72억원의 흑자를 달성한 데 이어 현재 부채비율 180%의 견실한 재무구조를 갖추게 됐다.
이 같은 성과는 물론 판매관리비 삭감 등 과감하게 밀어부친 구조조정 덕분이다. 경남기업의 판매관리비는 1999년 17.6%에서 급속히 낮아져 현재 3%대로 업계 평균(6%)의 절반 수준이다.
조 사장은 이 같은 경영실적 호전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꿈을 꾸지 않는다. 매출규모 5,000억~6,000억원을 달성하고 무차입 경영으로 매년 250억~3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는 것이 목표다.
이 목표를 “3년 내 달성할 수 있다”고 그는 장담했다. 이와함께 현재 해외건설 30%, 관급공사 30%, 주택건설 40%로 이루어진 사업부문별 비중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무리하게 아파트사업을 확장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경남기업은 상반기 중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경남아나스빌’ 분양에 이어 하반기에는 면목동과 신길동에서 분양에 나서는 등 연간 3,000여 세대의 아파트 분양계획을 갖고 있다.
“앞으로도 분양규모는 크게 늘리지 않을 작정”이라는 조 사장은 “경남기업은 휘황찬란한 고급아파트를 짓는 대신 서민들에게 하자 없고 튼튼하면서도 값싼 아파트를 계속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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