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쁠 때나 슬플 때나 대중의 정서를 북돋우고 어루만져 주는 것이 대중가요이고 가수다. 13일 83세로 타계한 현인(본명 현동주)씨는 해방 후부터 근년까지 1,000여 곡의 노래로 대중과 애환을 함께 해 왔다.출세곡인 ‘신라의 달밤’부터 ‘굳세어라 금순아’ ‘비내리는 고모령’ ‘서울 야곡’ 등 수많은 그의 히트곡은 우리 현대사와 호흡을 함께 하며, 같이 흘러왔다. 그런 맥락에서 그는 ‘원로가수’라는 자랑스런 이름에 값하는, 몇 명 되지 않는 가수의 한 사람이다.
이난영 남인수 김정구 등 근대가요사의 맥을 잇는 그의 노래는 쉽고 서정적인 노래말과 감미롭고 충실한 멜로디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고, 또 그들에게 거친 세상을 살아갈 힘과 희망을 주었다.
(‘굳세어라 금순아’중에서)
(‘서울야곡’중에서) 등 그의 노래는 고난과 슬픔을 노래하되, 지나친 비탄에 잠기거나 청승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그 노래들은 건강함과 감미로움으로 현실의 슬픔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일본에 유학해서 성악을 전공했다가 대중가요 가수가 된 현씨는 “순수예술인이 대중가요를 천시하고 제약을 가하는 풍토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곤 했다. 대중가요 ‘베사메무초’를 즐겨 부르는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를 보면, 그의 지적대로 우리 예술계의 자폐적 문제점이 드러난다.
원로 대중가수들이 한 사람 두 사람 세상을 뜨고 있다. 이들의 타계를 계기로 옛가요가 지녔던 서정성의 부활을 생각하고, 또 그리운 흔적들이 사라지기 전에 가요박물관 건립 등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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