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 사람들이 서양 사람들에 비해 유방암, 심장병 발생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생활양식이나 유전적인 차이도 있겠지만 육류나 포화지방산 섭취가 적은 식습관이 가장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콩을 주원료로 한 된장, 간장, 두부, 두유 등 다양한 콩 관련 식품을 섭취하고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콩에는 체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아이소플라본이란 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아이소플라본은 실제 체내에서 에스트로겐의 작용을 차단하는 효과를 지닐 수도 있고, 에스트로겐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이를 활성화시키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양인들은 단백질의 대부분을 고기를 통해서 얻기 때문에 식사를 통한 아이소플라본의 섭취량은 그다지 높지 않다.
미국에서 시행된 한 연구에 의하면 동양에서 이주해온 여성들의 유방암 발생률은 미국인에 비해 크게 낮았으나 미국 생활이 길어질수록 발생률이 증가하였다.
역학조사 결과 동양 여성들은 콩을 미국 여성에 비해 훨씬 많이 섭취하고 있었으며 콩의 아이소플라본이 유방암의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동양 사람이 서양 사람에 비해 우유를 훨씬 적게 마시고 있음에도 골다공증 빈도가 적고 골밀도가 더 높은 이유 역시 콩의 아이소플라빈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콩단백질과 아이소플라본은 항산화 효과와 핏속의 나쁜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작용이 있어 동맥경화와 심장병을 예방한다.
미 식품의약청에서도 최근 콩단백질을 하루 25g 이상 섭취하면 심혈관질환 예방효과가 있다는 내용을 공식적으로 승인했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의 콩단백질 섭취량은 1일 60~80g 정도이므로 문제가 없지만, 점차 서구화되어가는 우리의 식습관을 볼 때 언젠가는 서양 사람들처럼 콩단백질을 건강보조식품으로 섭취하게 될 날이 오게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 박용우ㆍ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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