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를 2010년까지 세계적 관광ㆍ거점도시로 육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담은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이 4월1일 발효됐다. 미래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현지의 표정을 살펴봤다. /편집자주≫“매매할 땅 있으면 소개 좀 해주세요.”
제주시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박인식(54ㆍ제주시 연동)씨는 최근 만나는 사람마다 이렇게 간청한다.
IMF이후 곤두박질했고 그나마 팔리지도 않던 임야나 농림지가 지난해부터 인기 투자종목으로 급부상, 매물이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국제자유도시 개발’이라는 바람 덕분이다.
이 지역 부동산의 매력은 각종 시설 투자가 이루어질 경우 부여 받는 세금 및 부담금 감면 혜택에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 특별법 시행령에는 관광과 관련한 시설사업에 투자하는 기업에 취득세와 등록세, 재산세 면제 등 각종 지원혜택을 주는 조항이 신설됐다.
또 다른 바람의 현장은 골프장이다. 특별법 시행 이후 도내 8개 골프장 이용요금이 5,000원씩 내렸다. 그동안 오르기는 했어도 내린 것은 처음이다.
일부 골프장은 조세특례법이 시행되는 20일께부터 특소세, 교육세, 농특세, 부가세 감면 등을 통해 총 2만1,120원의 요금인하를 단행한다고 공고했다.
또한 새로 조성하는 골프장에 중과세하던 지방세와 부담금이 대폭 감면됨에 따라 신규 골프장 개발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황명호 제주지역 골프장업협의회장은 “시설 및 서비스 투자 증대로 도내 골프장이 제주관광 인프라의 일익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새로 시행되는 ‘제주국제선박등록 특구제’도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국제선박이 제주항에 등록할 경우 취득세와 재산세 등을 감면해주기 때문에 다른 국제항보다 경쟁력에서 우위에 설 수 있게 됐다.
제주 해양수산청은 이달에만 20여건의 선박 등록지 변경에 대한 문의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임상인 제주해양수산청 선원선박과장은 “국내항에 등록된 국제선박만도 251척에 이르고 있어 이들 선박의 등록지 변경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특별법을 통해 추진하고 있는 ▦ 제주공항 자유무역지역 지정 ▦ 첨단과학기술단지 조성 ▦ 중문관광단지 확충 ▦ 서귀포 관광미항 건설 ▦ 휴양형 주거단지 조성 ▦ 쇼핑 아울렛 개발 ▦ 생태ㆍ신화ㆍ역사공원 조성 등 7대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제주가 동북아의 구심점으로서 우뚝 설 수 있다는 기대감에 지역 주민들은 고무돼 있다.
그러나 이같은 개발이 상업자본주의 중심의 이점만을 보고 추진될 경우 제주의 전통과 정체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또한 국제자유도시계획 자체에 대한 비관적 시각과 환경파괴와 난개발이 초래하는 부작용 등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제주대 사회교육과 김항원교수는 “개발로 전통문화가 파괴되고 도민들의 주인의식이 훼손된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수 있다”며 “자유도시 개발사업은 도민들의 긍지와 정체성을 바탕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하기자
jaehakim@hk.co.kr
■제주 "2010년엔 관광객 940만명"
국제자유도시계획 목표 연도인 2010년 제주의 모습은 이렇다. 우선 경제적 측면에서 97년 4조원이던 도내 총생산액이 11조원으로 늘어난다.
관광객도 99년도 370만명에서 940만명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 가운데 외국인은 25만명에서 100만명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2010년~2020년 외국인 직접투자와 관광수입 등의 형태로 벌어들이는 외화만 해도 800억~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첨담과학단지와 제주공항 자유무역지역 조성 등의 7대 선도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국제자유도시로서 동북아시아의 경제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국내외 자본유치가 관건이다. 제주도가 제시한 민자유치 규모는 2010년까지 모두 1조3,000억원. 전체 투자액 4조7,000억원의 30%에 이르는 액수이다.
또 시민단체들은 외국인학교 설립요건과 입학자격 완화 등에 따른 폐해와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 등을 걱정하고 있다.
“천혜의 청정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친 환경적인 개발이 치밀한 계획 아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어민들은 “특별법에 명시된 1차 산업 진흥관련 조항들이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반영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항, 항만, 도로 등 사회간접시설의 확충을 위한 안정적인 지원과 개발주체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추진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우근민 제주지사
“한반도의 변방이라는 과거의 역사에서 동북아 중심이라는 미래의 역사로 나아가는 일대 전기입니다.”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제주가 동북아 중심으로 비약할 절호의 기회가 왔다”며 제주국제자유도시 특별법 시행의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를 위해 예전의 불합리한 관행과 행정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지사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개별사업에 대한 반대도 있었지만 70%에 이르는 도민들의 지지에 큰 힘을 얻었다”며 “앞으로 참여자치의 원칙과 성숙한 토론문화를 바탕으로 정책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우지사는 다음달 출범하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지역개발의 주무를 맡음으로써 도지사의 권한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센터는 실무를 담당하고 계획의 수립과 승인권은 도지사에게 있기 때문에 모든 사업은 도지사의 책임 하에 추진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일부에서 상업주의적 개발의 부작용으로 지역문화와 정체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지만 제주의 독특한 문화를 관광상품화 하는 전략을 통해 오히려 보존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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