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서비스란 뭘까. 고개 숙여 인사하는 것? 값을 싸게 하는 것? 아니면 간, 쓸개를 다 빼 줄 듯 대하는 것?허태학(許泰鶴) 삼성에버랜드ㆍ호텔신라 사장의 정의는 좀 독특했다. 이른바 선순환적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어려운 용어 같았지만, 그의 설명은 간단 명쾌했다.
“서비스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이고 상대가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서로 마음이 움직여야 해요. 고객에게 베푼 관심과 배려가 칭찬과 격려로 되돌아 올 때 서비스는 좋아지는 것입니다”
일방적으로 주기만 한다고 될 문제는 아니고, 기본적으로 배려하고 칭찬 받고, 그래서 더 관심을 갖고, 그 결과 더 많은 격려를 받을 때 비로소 서비스의 질은 확대 재생산된다는 얘기였다.
서비스에 관한 한 허 사장의 말은 한마디 한마디가 ‘교과서’로 통한다.
1969년 삼성 입사 이래 단 한번도 서비스 분야를 떠난 적이 없는 외길 경력, 동물원 수준의 용인 자연농원을 세계 5대 테마파크인 오늘의 에버랜드로 탈바꿈시킨 탁월한 경영능력, 고객만족경영 최고경영자상 2연패(총 3회)와 금탑산업훈장 수상 등 화려한 수상기록….
‘서비스의 마술사’란 별칭이 실감난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삼성에서 CEO만 벌써 10년째. 최근엔 호텔신라 사장을 겸직하게 됐고, 그룹 최고기구격인 5인 구조조정위원회 멤버까지 된 것 만으로도 허 사장의 경영리더십은 검증을 마친 셈이다.
종업원 서비스를 나아지게 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쥐어짜고 닥달하는 것, 다른 하나는 신바람을 불어넣는 것.
허 사장은 고객이 즐거워지려면 종업원부터 즐거워져야 한다는 ‘종업원 만족론’의 열렬한 옹호자다. “신바람 나지 않는 종업원은 결코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어요.
사내에서 종업원 자신들이 대우를 받아야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에버랜드에 1인1실의 호텔형 종업원 기숙사를 지은 것, 호텔신라 사장 취임 직후 장기간 동결되어 있던 직업 급여부터 대폭 인상한 것 모두 그런 맥락이다.
최선의 서비스를 추구하는 그의 경영철학은 환경 안전 위생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친절보다 중요하고 맛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환경, 안전, 위생입니다.
위락시설은 환경이 쾌적하고, 안전하다는 확신이 서야만 고객들이 찾아옵니다” 에버랜드는 현재 법정기준보다 훨씬 엄격한 자체 환경기준을 설정, 모든 오ㆍ폐수를 자체 처리하고 있으며 양재천 복원사업 등 환경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허 사장은 서비스 산업이 발전하려면 전반적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파리시는 디즈니랜드를 유치하면서 16년전 가격으로 토지를 제공했습니다. 인터체인지와 고속열차(TGV)역도 지어줬고, 상품세도 5년간 면제해줬어요.
우리나라라면 당장 특혜시비가 일겠지만, 파리시는 무엇보다 시민들에게 여가기회를 제공하고 관광수입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현재 허 사장에겐 지난해 삼성 자체감사에서 문제점이 드러난 호텔신라를 조기에 정상궤도로 끌어 올려야 하는 ‘특명’이 부여된 상태.
그래서 요즘 허 사장은 에버랜드 보다 호텔신라쪽에 신경이 더 많이 쓰인다. CEO의 명성은 에버랜드에서 얻었지만, 서비스정신을 배우고 실천하며 젊음을 바친 곳은 호텔신라다. “밖에서 생각하는 것 만큼 문제가 많은 것은 아닙니다.
현재 컨설팅도 받고 있고, 벤치마킹을 위한 직원해외연수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 계획대로라면 3년안에 ‘월드 클래스’의 경쟁력을 갖춘 명실상부한 최고급 호텔로 완전히 탈바꿈할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허 사장에게서 다년간의 노련한 CEO 같지 않은 신선한 기운이 순간 물씬 느껴졌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약력
▦1944년 경남 고성 출생
▦경상대 농대 졸업, 미국코넬대 호텔경영과정 수료
▦1969년 삼성그룹 입사
▦1984년 호텔신라 이사
▦1989년 제주신라 총지배인
▦1993년 중앙개발(삼성에버랜드의 옛 명칭) 대표이사
▦1996,98,99년 고객만족경영혁신 최고경영자상 수상
▦2001년 세계 관광의 날 금탑산업훈장 수상 ▦2002년 호텔신라 대표이사(겸직)
▦ 가족관계
김명애(59)씨와 1남1녀.
▦ 취미: 등산 골프 영화감상.
■삼성 에버랜드는
삼성에버랜드는 경기 용인시 100만평 부지위에 조성된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테마파크다.
1976년 용인 자연농원이란 이름으로 개장했으나, 허태학 사장 취임이후 해외관광객 유치와 국제적 이미지를 위해 96년 영원한(ever) 놀이의 땅(land)’으로 개명했으며 97년엔 회사이름까지도 삼성에버랜드로 바꿨다.
허 사장이 취임한 93년 이후 에버랜드는 기존 공원을 새롭게 단장한 페스티벌 월드, 4계절 전천후 수중공원인 캐리비안베이 신설, 자동차 전용경기장인 스피드 웨이 등을 갖춤으로써 복합 리조트타운으로 변모했다.
국내는 물론 일본 중국 대만 등 동남아까지 이름이 알려져, 지난해 세계 5대 테마파크로 기록됐다. 수익구조도 개선돼 지난해 8,373억원의 매출에 891억원의 경상이익을 냈다.
삼성에버랜드의 사업영역은 리조트 부문외에 ▦골프장 운영(안양 동래 가평베네스트 세븐힐스 글렌로스) ▦전문급식(단체급식 컨벤션ㆍ연회) ▦빌딩관리 ▦환경개발(환경복원 생태공원조성 월드컵잔디구장 조성) 등 총 5개 분야로 구성되어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현재 삼성그룹내 소유구조에서 지주회사적 위치에 있다. 현재는 비상장기업이나, 중장기적으로 상장계획을 갖고 있다고 회사측은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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