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7월30일 잉글랜드_독일의 결승전이 열린 영국 웸블리스타디움. 지난 65년간 독일에 패한 적이 없는 잉글랜드의 승리가 당연하게 여겨졌다.그러나 예상과 달리 후반 종료 직전 독일의 베버가 동점골(2-2)을 넣어 경기는 연장전에 들어갔다.
운명의 골은 10분 뒤 나왔다. 잉글랜드의 보비 스틸즈가 오른쪽 측면에서 센터링한 공을 받아 앨런 볼이 앞쪽으로 내주었다.
이를 지오프 허스트가 잡아 오른발 터닝슛, 공은 골키퍼가 손 쓸 틈도 없이 대포알처럼 네트에 꽂히는 듯 했다.
그러나 공은 크로스바를 맞고 수직으로 떨어진 뒤 필드 밖으로 튕겨 나갔다. 잉글랜드의 로저 헌트가 ‘골’을 확신한듯 손을 번쩍 치켜들었으나 독일선수들은 노골을 주장했다. 스위스 주심은 선심에게 달려갔다.
상의를 끝낸 주심은 그라운드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공을 센터서클에 놓을 것을 지시했다. 골이었다. 잉글랜드가 3_2로 앞서기 시작한 것이다.
잠시 항의가 있었지만 경기는 속개됐다. 어느새 초침은 마지막 한바퀴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순간 잉글랜드의 주장 보비 무어가 자기 진영서 롱 패스했고 허스트가 페널티 박스 쪽으로 달려들었다.
주심은 종료를 알리기 위해 휘슬을 입술에 댔지만 허스트의 왼발 슛이 먼저 왼쪽 골 네트를 흔들었다.
스코어는 4_2. 전반 19분 완벽한 헤딩슛으로 1_1 동점골을 뽑았던 허스트가 지금까지 월드컵 결승전 사상 유일한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허스트는 98년 기사작위를 받았다. 하지만 그의 두번째 골이 없었다면 많은 것이 달라졌을지 모른다. 독일은 골이 아니라는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현상금까지 걸었으나 무위에 그쳤다. 지금은 골이 아니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운명의 장난을 즐기고 있었는지 모른다. 잉글랜드의 실력이 독일보다 낫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유승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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