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연주 불모지대인 국내에 원전연주 실내악단이 처음 탄생했다.한국인으로는 유일한 바로크 바이올린 연주자 김 진(42)씨가 만든 ‘무지카 글로리피카’다.
18일 오후 7시 30분 서울 광화문 성공회 대성당에서 창단연주회를 갖는다. 이를 계기로 한국고음악협회도 정식 발족한다.
원전연주는 음악을 작곡 당시 악기와 양식으로 연주하는 것을 가리키는데, 흔히 중세부터 바로크까지를 가리키는 고음악이 주 영역이다.
유럽에서 원전연주가 유행한지는 반세기가 넘었고, 일본도 1960년대부터 고음악 운동이 일어나 많은 원전연주 전문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쳄발로와 리코더의 몇 명을 빼곤 전문 연주자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일부 애호가의 관심사로 머물고 있다.
‘무지카 글로리피카’는 바로크 악기와 바로크 음악을 널리 알리고자 창단됐다.
고정 단원은 없고 그때그때 국내외 연주자가 모여 앙상블을 이루는 프로젝트 그룹이다.
매년 봄, 가을 두차례 연주회와 강연 등을 통해 원전연주의 불씨를 지필 계획이다.
리더 김 진씨는 “고음악은 그 당시의 고악기에 맞게 쓰여졌기 때문에 소리가 더 크고 강하게 개조된 현대악기로 연주하면 작곡가가 원한 소리에서 달라지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고악기와 원전 악보, 원전 양식의 결합이 원전 연주의 이상형”이라고 설명한다.
고악기를 갖고 현대 스타일로 연주한다면 원전연주로 볼 수 없다는 것.
바로크 바이올린은 현대 바이올린이 강철 줄을 쓰는 것과 달리, 양 창자(거트)를 꼰 줄을 쓰고 활도 짧고 가벼워 소리는 작지만 음색은 더 소박하고 정감 있게 들린다.
그는 “흙 냄새가 나는 듯한 자연스런 소리, 그래서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소리”라고 표현한다.
현대 바이올린을 전공하던 그는 미국 유학 시절은 1987년 바로크 바이올린 소리를 처음 듣고 반해 진로를 바꿨다.
일주일 동안 밤 잠도 못이룰 만큼 마음을 사로잡은 그 악기를 배우기 위해 6년 동안 유럽 각지의 원전 연주자를 찾아 다니던 중 바로크 바이올린의 거장 지기스발트 쿠이켄을 만나 그의 제자가 됐다.
지금은 미국에 살면서 유럽의 바로크 오케스트라 ‘라 프티 드 방드’ 단원으로 공연에 참가하는 등 유럽과 미국, 일본에서 실내악과 독주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창단 공연에는 바로크 기타와 테오르보(류트의 일종) 연주자 레지나 알바레즈, 비올라 다 감바(첼로의 전신인 악기) 주자 이네스 마쉐즈, 쳄발로 연주자 김희정이 합류해 비버, 베라치니, 슈멜처 등의 바로크 음악을 연주한다.
낯선 바로크 기타와 테오르보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짰다. 악기 설명을 곁들여 연주한다.
김 진씨는 “한 2년 간은 다양한 바로크 악기와 나라마다 다른 음악을 소개하는 데 힘쓸 것”이라며 “카운터테너, 비올라 다 감바 앙상블, 바로크 시대 춤 무용수를 초청해 연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공연을 계기로 정식 발족하는 한국고음악협회는 현ㆍ목관ㆍ건반ㆍ합창과 학술의 4개 분과를 두고 연간 2회 음악회와 특강 등을 통해 고음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계획이다.
회장인 오자경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오르가니스트)는 “고전ㆍ낭만시대의 특정 작곡가에 편중된 국내 연주 풍토가 이를 계기로 좀 더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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