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요르단강 서안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을 점령하면서 예닌의 난민촌에서 대규모 학살을 자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야세르 아베드 라보 팔레스타인 공보장관은 12일 각국 정상과 의회 등에 서한을 보내 “이스라엘군이 예닌 난민촌에서 팔레스타인 포로들을 포함 500여명을 무차별 사살한 뒤 집단 매장했다”며 “매장된 시체 중 절반이 여성과 아동들”이라고 말했다.
특히 팔레스타인측은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인의 시체를 옮겨 남서쪽으로 25㎞ 떨어진 요르단 계곡의 ‘적군(敵軍)묘지’에 매장하고 있다며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의 서안 작전 책임자인 갈 휴시 대령은 “팔레스타인측의 주장은 상투적인 선전전에 불과하다”며 “팔레스타인 사망자 중 다수는 자신들이 설치한 폭발물로 숨진 무장대원”이라고 반박했다.
예닌은 지난 달 29일 이스라엘군의 대공세가 시작된 이래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지만 이스라엘군이 보도진의 출입을 봉쇄, 이곳에서 벌어진 상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팔레스타인인 사이에 집단학살 소문이 확산되자 이스라엘 최고법원은 이날 검찰에 대해 군의 시체 집단 매장설을 조사하고, 군에 대해서는 14일 이 사안을 심리할 때까지 시체를 옮기지 말도록 명령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측은 “이스라엘 당국의 수사는 공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며 유엔 등 3자의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13일 성명을 발표, “예닌 난민촌 사태가 사실로 확인되면 매우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히는 등 국제 사회가 일제히 우려를 표명하고 있어 이 사건은 국제적 인권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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