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이권 개입 혐의가 포착된 최규선(崔圭先)씨가 다방면에 걸쳐 능수능란한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 그의 로비ㆍ수뢰 행태와 그 실체가 주목받고 있다. 유려한 화술로 무장한 그의 수법은 가히 전문 브로커를 뺨치는 수준이라는 게 주변 인물들의 한결 같은 증언이다.최씨가 2000년 초 여권 실세 K씨의 특별보좌역을 맡고 있을 당시의 행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최씨는 ‘실세’에게 줄을 대려는 관료ㆍ정치인들을 상대로 K씨와의 면담 일정을 조정ㆍ관리하는 역할을 했고, 이 과정에서 전횡을 휘둘렀다는 것이 당시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돈을 많이 가져오면 편의대로 일정을 조정해주고, 말로만 부탁하는 경우엔 차일피일 미루며 애태우게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한 측근은 “이전까지 빈털터리였던 최씨가 이때부터 돈가방을 자주 들고 왔고 씀씀이도 커졌다”고 전했다.
국내 굴지 기업 임원이었던 J씨의 회고도 최씨 로비 행태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1999년 최씨를 알게 된 J씨는 당시 최씨가 “내가 당신 기업 후계자 L씨한테 들어보니…”라는 식으로 이 기업 후계자와 각별한 사이임을 강조, 한동안 극진한 대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최씨는 이 과정에서 J씨를 통해 이 기업의 광주 지역 전광판 광고대행업무를 통째로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C빌딩 상가를 특혜분양받는 과정도 능수능란한 로비의 결과물이라고 주변 인사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2000년 10월께 당시 이 건물 시공사였던 H건설 임원이 ‘청와대 사람이니 편의를 봐달라’며 압력을 행사, 분양대행사가 기존 계약자들을 일일이 설득, 무마한 끝에 최씨에게 상가 1층 패스트푸드점과, 8층 매점 등을 내줬다는 것이다.
최씨는 또 접촉했던 인사들에 대해서는 명절 때마다 떡값을 꼭꼭 챙겨보내 ‘프로 브로커’ 기질을 보여주기도 했다.
여러 인사들과 만나면서 최씨가 남긴 ‘녹취록’도 그의 브로커 기질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최씨는 중요한 인사를 만날 때면 꼭 상대방 모르게 대화내용을 녹음해 뒀다는 것.
“이후 거래가 틀어질 경우에 대비한 협박용” 등 여러 분석이 나오지만 최씨는 결국 이 녹취가 문제가 돼 수년에 걸쳐 숨겨오던 비리 의혹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말았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