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미셸 슈나이더 지음ㆍ이창실 옮김
동문선 발행ㆍ7,000원
건반음악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수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연주하고 녹음했다.
그 중에도 잊지 못할, 독특하기로 단연 으뜸인 명연이 글렌 굴드(1931~1982)의 것이다. “굴드는 굴드일 뿐”이라는 말 밖에 달리 평할 길이 없다.
굴드는 괴상한 사람이었다. 여름에 녹음을 하면서 모피 코트에 털모자, 머플러에 장갑까지 낀 채 스튜디오에 나타난 일은 유명하다.
기행의 정점은 정상에 오른 32세에 무대를 완전히 떠나 은둔에 들어간 일이다. 연주회는 외면에 치중하는 ‘광대놀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술가는 오직 고독 속에서만 일할 수 있다”고 믿었던 그는 고독과 명상을 통해 음악의 완전한 순수와 비물질성에 이르고자 했으며 궁극적으로 ‘재난’ 같은 세상에서 소멸되고 싶어했다.
아직 무대 연주를 하던 1962년, 청중과 거리를 두기 위해 ‘일체의 감정 표시 및 박수의 폐지를 위한 굴드 안’을 작성한 적도 있다.
프랑스 작가 미셸 슈나이더의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1988)는 온갖 기행으로 유명한, 지금은 전설이 되어버린 이 캐나다 출신 피아니스트를 소개하는 전기물이다.
글렌 굴드에 관한 외국 책은 많지만, 번역서는 처음이다.
이 책은 출생에서 사망까지 기술하는 전기물의 일반 형식을 깨뜨리고 인물의 내면 속으로 곧장 파고드는 접근법을 택함으로써 객관적 사실보다 더 강력한 진실, 굴드라는 한 영혼의 초상화를 그려내고 있다.
지은이 스스로 ‘정확한 사실을 기록하려 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굴드 자신도 생전에 “누군가 나의 전기를 쓴다면 사실과 몸짓을 나열하는 대신 한 편의 허구를 써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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