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 주요 후보인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리오넬 조스팽 총리가 정책, 능력 대결을 벌였던 1995년 대선과 달리 이번 선거에서는 별다른 쟁점이 없는데다 지지율마저 엎치락뒤치락하는 접전이 계속되자 이미지 싸움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식 여론, 미디어 정치를 비웃던 프랑스에서 이는 전례 없는 일이다.시라크 대통령 진영에서는 친딸인 클로드가 공보담당을 맡아 이미지 만들기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클로드는 시라크의 모습이 TV, 신문에 잘 보도되도록 하기 위해 기자회견 시 카메라맨들을 특별 배려하고 있고, 연설할 때 미국에서 구입한 프롬프터(화면에 대사가 나오는 기구)를 사용토록 하고 있다.
이미지 연출을 위해 민간 기업에서 여론, 홍보, 카메라, 음향 전문가들을 대거 채용하기도 했다. 훤칠한 외모, 뛰어난 언변, 포용적인 인상으로 중산층과 여성에게 인기가 높은 시라크 대통령에게 국부(國父) 이미지를 심는 것이 주요 전략이다.
평소 외모보다 내면과 실질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진 조스팽 총리 역시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조스팽 진영은 특히 학자풍의 엄격한 인상 때문에 대중적 인기가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현대적이고 부드러운 면모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선거운동 본부를 패션 중심가에 차리고, 광고 회사 부사장인 자크 세겔라를 홍보책임자로 채용했다.
프랑스 언론도 두 후보의 이미지 대결로 인해 선거 운동 방식마저 비슷해지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언론들은 “이번 대선의 새로운 특징 중 하나가 두 진영의 선거전략에서 차지하는 홍보 비중”이라며 “두 후보가 비슷한 상업적 홍보전략을 사용하는 바람에 공약에 이어 선거운동마저 같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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