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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대주주 노릇 못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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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대주주 노릇 못하는 정부

입력
2002.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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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저녁 신임 외환은행장 후보가 최종 내정될 때까지 행장추천위원회 위원들은 8일 밤부터 호텔에서 꼼짝도 못하고 회의만 되풀이 해야 했다.행추위에서 후보를 압축해 올리면 번번이 금융감독위원회에서 비토를 놓아 재논의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열외로 내놓았던 후보들이 유력 후보로 뒤집히기도 했고 1, 2순위 물망에 올랐던 카드들이 폐기 처분되기도 했다.

막판에는 재정경제부와 금감위가 미는 후보가 달라 부처간 힘겨루기까지 벌어졌다.

행추위의 독립성은 어디에도 없었고, 그 결과 언론들의 예상후보 명단도 춤을 췄다.

정부는 외환은행장 선임에 일체 간섭하지 않겠다고 천명했지만, 과정을 보면 분명 그렇지는 않았다.

사실 정부가 불개입 의사를 밝혔던 것은 노조 때문이었다.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달 김경림(金璟林) 행장이 사퇴했을 때부터 “정부가 특정인사를 앉히기 위한 압력“이라며 행장실 점거농성을 벌이며 실력 행사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관 출신이 은행장으로 간다고 모두 관치금융이냐”던 정부도 금감원ㆍ한국은행 등 소위 범(汎) 관계 출신 인사를 후보에서 배제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지분 42.5%로 외환은행의 최대주주인 정부가 관계 인사든, 비 관계 인사든 객관적으로 합당한 사람이라면 공식적으로 민다고 해서 크게 잘못된 것도, 명분이 없는 것도 아니다.

외환은행 고위관계자는 “안하무인격의 노조와 노조 눈치를 보며 대놓고 개입하지도, 그렇다고 완전 발을 빼지도 못한 정부 때문에 좋은 사람 다 놓쳤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조흥은행장 선임 등 일련의 은행장 선정과정 때마다 “비호남, 비관계출신이 1순위다” “내부 인사는 안된다”는 등의 객관성 없는 기준이 난무한 것도 정부의 엉거주춤한 자세 때문이다.

은행장 선임조차 깔끔하게 처리할 자신이 없다면 빨리 민영화를 시키는 게 낫다.

유병률 경제부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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