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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신상품 독점판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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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신상품 독점판 유명무실

입력
2002.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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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신상품 개발을 장려, 선진 금융을 정착시킨다는 취지로 작년 12월 도입된 ‘독점판매권 제도’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심사기준이 지나치게 독창성만 강조, 이전 상품을 어느 정도 변형할 수 밖에 없는 은행상품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아 은행들이 신상품을 개발해도 독점판매권 신청은 아예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한 은행이 히트 상품을 내놓으면 다른 은행들이 금방 똑 같은 상품을 이름만 바꿔 내는 베끼기가 판을 치고 있다.

현재 은행연합회는 각 은행의 신청을 받아 독점판매권을 부여하고 있지만, 지난 4개월동안 신청건수는 8건에 불과했고 이중 한빛은행이 신청한 ‘따따따론’ 한건만 독점판매권이 인정됐다. 따따따론은 신용이 낮아 은행 대출을 받지 못하는 고객들은 제2금융권으로 자동으로 연결시켜줘 대출을 받도록한 1, 2금융권 공조상품.

이처럼 각 은행의 신청건수가 적은 것은 심사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기 때문. 은행연합회는 독창성(40점) 유용성(30점) 진보성(20점) 노력도(10점) 등을 평가해 종합점수가 90점 이상이면 3개월, 95점 이상이면 5개월의 독점판매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시중은행 관계자는 “진보성이라는 것도 결국 독창성을 평가하는 것임을 감안하면 독창성 평가가 대부분”이라며 “아무리 새롭다고 해도 기존 상품을 어느 정도 변형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신상품을 개발해도 신청할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내에서는 ‘팔리면 무조건 베끼는’ 관행이 상도를 넘어서고 있다. 국민은행은 2월 중순 청소년과 유아를 대상으로 상해보험에 무료로 들어주는 정기적금인 ‘캥거루통장’을 출시했다. 이 상품이 한달여만에 가입고객이 50만명을 돌파하자 외환은행은 지난 4일부터 ‘꿈나무 부자 적금’이라는 유사상품을 내놓았다. 이름만 다를 뿐 초입금, 보험 내용 등에서 캥거루통장과 완전 동일하다.

또 신한은행이 8일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맞춤형 주식투자상품 ‘노블레스신탁’도 하나은행이 이미 1,300억원의 수탁고를 올린 ‘마이초이스신탁’의 복제판. 두 상품 모두 은행이 선정한 투자자문사 가운데 고객이 한 군데를 선택하면, 은행은 자문사가 제시하는 포트폴리오에 따라 주식ㆍ채권을 운용해준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3개월여 동안 시장조사 등을 거쳐 개발한 상품을 다른 은행들이 줄줄이 베끼고 있다“며 “독점판매권 심사기준을 완화시켜 선발자의 이익을 보호해주는 관행을 정착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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