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암 전문 의료기관이 흡연소송 과정에서 “흡연은 중독성이 있고, 유전자 변이로 폐암이 발생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혀 파문이 예상된다.국립 암 센터는 11일 장기간 흡연으로 폐암에 걸려 숨졌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중인 김모씨 유족측의 사실조회에 대한 답변서에서 “흡연이 폐암에 끼치는 영향력은 상대 위험도가 3~5배로 나타나 흡연이 폐암과 무관하다는 견해는 잘못”이라고 밝혔다.
국내 소송과정에서 의료기관이 폐암과 흡연간의 인과관계를 명시적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재판 결과에 따라 국가나 한국담배인삼공사 등을 상대로 한 대규모 소송사태가 예상된다.
암 센터는 “니코틴 자체는 발암물질이 아니지만 계속 흡연하면 담배연기에 포함된 발암물질을 흡입하게 되는 ‘니코틴 중독’이 된다”며 “담배성분 중 벤조피렌 등 발암물질들이 흡연자의 유전적 변화를 일으켜 폐암을 발생시킨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담배인삼공사측은 “국립 암 센터측의 견해에 추가 질의를 한 만큼 답변을 기다려보고 대응하겠다”며 “과거 전매청장 개인의 발언을 갖고 국가의 책임 여부를 따질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씨 유족은 외항선원으로 30년간 담배를 피워왔던 김씨(1999년 10월 사망)가 폐암말기 판정을 받자 흡연으로 폐암이 발병했다며 99년 9월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담배인삼공사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현재 진행중인 담배와 관련한 소송은 모두 3건으로 이중 2건은 흡연으로 인해 폐암에 걸렸다며 피해자측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것이며, 다른 1건은 한국금연운동협의회가 한국인삼연초연구원을 상대로 담배성분 비공개 결정처분 취소 청구소송이다.
해외의 경우 미국에서 흡연자들이 몇 차례 배상판결을 받았고 지난달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스페인법원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지방정부의 소송을 인정했다.
노원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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