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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시평] 도시 표정을 가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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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시평] 도시 표정을 가꾸자

입력
2002.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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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코펜하겐 등 유럽의 도시들은 그 이름만 들어도 그 곳의 표정이 느껴진다. 오랜 세월의 향기와 개성이 묻어있는 표정이다.이에 비해 우리나라 도시를 보면 누군가를 어설프게 따라 한 듯한 개성 없는 표정 일색이다.

무분별한 도시개발 과정을 거치는 동안 계획적인 성장ㆍ관리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월드컵 공동 개최국인 일본의 경기 개최 도시의 표정을 보자.

대도시를 경기 개최 장소로 선정한 우리와는 달리 일본의 경기 개최 도시는 가시마(鹿島)시, 미야기(宮城)현 등 전통적인 일본온천, 일본여관의 풍취와 자연 냄새 물씬 풍기는 시골 도시들도 포함돼 있다.

여기에는 문화자원과 자연경관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그들의 의지가 담겨있다.

월드컵 관광객이 일본의 자연경관에 감탄하고 있을 때 우리는 삭막한 콘크리트 건물풍경으로 그들의 눈을 피곤하게 만들지 않을는지 걱정이 앞선다.

우리 도시의 표정이 이렇게 궁색하다면 바꿔야 한다.

예를 들어 건물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방음벽의 경우 미관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 삭막해보이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외국인이 초등학교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잿빛 방음벽을 보더니 “한국에는 왜 이렇게 감옥이 많은가?”라고 농담을 하는 바람에 당황한 적이 있다.

난간, 육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에게는 시야를 어지럽히는 방해물이 아닌 그 자체로 볼거리가 될 수 있는 시설물이 필요하다.

다양성과 일관성이 조화된 표정도 필요하다. 다양성이라면 각 도시마다의 개성을 의미한다.

지역의 특색과 정서를 고려한 개성 있는 디자인의 건축물과 시설, 조명, 공간 구획 등은 그 도시만의 고유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일관성은 도시의 개성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조화의 개념이다.

서로 이질적인 모습의 건물들이 서 있을 때, 멋있는 디자인의 건물에 간판들이 들쭉날쭉 매달려 있을 때 결국 전체적인 미관은 꼴불견이 되기 마련이다.

편안함이 배어나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도시의 감옥 같은 지하철과 콘크리트 건물 안에서 하루종일 부대끼면서 우리는 정서적인 편안함을 잃어가고 있다.

가로수 하나, 아름다운 야간 조명 등은 비록 사소한 것이지만 우리의 만성적 피곤 상태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다.

이러한 " 표정 바꾸기 프로젝트" 에는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무분별한 부동산 투자 열풍이 사라져야 하며 건축업자, 행정기관이 힘을 모아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도시개발계획을 수립, 실행해야 한다.

예술가를 도시 만들기에 적극 참여 시켜 '예술적 감수성'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

도시의 표정을 만드는 작업은 거시적인 안목과 장기적인 계획으로 이뤄져야 한다. 월드컵을 한 달여 앞둔 지금 파격적인 도시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단지 지금껏 진행되어 오고 있는 여러 경관조성 작업의 깔끔한 마무리와 벽화 작업, 간판 바꾸어 달기 등 자그마한 표정 변화가 월드컵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김기중ㆍ케이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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