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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선거 시민단체 출마바람/"이젠 직접 바꾸겠다"300여명 잇단 출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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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선거 시민단체 출마바람/"이젠 직접 바꾸겠다"300여명 잇단 출사표

입력
2002.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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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한 지방자치단체들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시민ㆍ사회단체들의 6ㆍ13 지방선거 참여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출사표를 던진 이들 단체 소속 후보들은 이미 300여명. 이들은 지방자치 감시와 공명선거운동 차원을 넘어 직접 행정 참여를 통해 지자체에 새로운 개혁의 바람을 불어넣겠다고 소리높이고 있다. 그러나 기성정치권 등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어 이들의 행보와 결과가 주목된다.≫▼대규모 후보군

환경운동연합 녹색자치위원회는 지난 7일 ‘녹색후보 추천 100인 위원회’를 통해 선정한 ‘1차 녹색후보’ 29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이날 열린 ‘녹색자치전진대회’에서 “친환경적인 정책 입안과 녹색도시 만들기에 앞장설 것”을 서약하고 당선을 결의한 이들 후보는 지역에서 5년 이상 활동한 시민 운동가들.

“풀뿌리 운동에 직접 나서 주민 스스로 정치 주권을 되찾겠다”고 선언한 전국지방자치개혁연대도 11일 현재 이재용(李在庸ㆍ현 대구 남구청장) 대구시장 후보 등 중소규모 정당에 육박하는 150여명의 후보를 내정했다.

‘청년이여 고향으로 돌아가 시장이 되자’는 슬로건을 내건 한국청년연합회 역시 전국에 걸쳐 광역의원 2명, 기초의원 28명 등 30명을 출마시킬 계획이다.

노동계 후보들도 잇따라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민주주의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 85명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분쇄’ 등 정책상 궤를 같이하는 민주노동당 소속 후보로 지방선거에 나선다. 또 대전 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들도 지역 단체별로 후보를 내놓고 있어 여성들의 참여도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당선이 목표

“선거 참여에 의미를 두고 출마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민, 노동 후보가 대거 당선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녹색후보의 90%이상이, 최다 후보를 내는 자치연대는 70%이상이 당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995년, 98년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전국 최연소 후보를 당선시킨 한국청년연합회와 민노총 역시 후보자 50% 이상 당선을 장담하고 있다.

이들 단체 관계자는 “엄중한 기준과 밑으로부터의 추천에 의해 뽑힌 후보들이기 때문에 상당수의 후보가 당선권에 근접해 있으며 최소 2등은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주민 자치 회복’

시민단체가 이처럼 당선을 자신하는 것은 “지방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판단 때문.

자치연대 심상용(沈相用) 사무국장은 “임창열 경기지사, 유종근 전북지사, 문희갑 대구시장, 최기선 인천시장 등 민선 2기 광역단체장 16명 중 4명(26.7%)이 부정부패에 연루돼 있는 게 지방 자치의 현 주소”라고 진단했다. 실제 지방선거 투표율이 1995년 60.9%에서 1998년 51.4%, 재ㆍ보궐 선거에서는 20~30%대로 곤두박 칠 정도로 주민들은 지방자치에 등을 돌리고 있다.

한국청년연합회 천준호(千俊鎬)사무처장은 “폐사위기에 처한 지방자치를 주민이 참여하는 지역공동체로 부활시키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자치연대 심 국장은 “단체장에 대한 주민소환제와 주민투표제 등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는 게 주민자치 실현의 제 1조건”이라며 자치행정가로서 지역주민과 결합한 대표적 사례로 관공서 계도지 폐지와 주민 투표제를 일궈 낸 김두관(金斗官) 남해군수를 들었다.

▼엇갈린 반응

시민운동의 적극적인 지방정치 진출에 대해 정치권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오세훈(吳世勳) 의원은 “기존 정당이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국민의 욕구를 시민단체가 지방자치에 참여, 보완해주는 순기능이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도 다양한 스펙트럼의 정당이 출현, 국민들의 다양한 수요를 채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A의원은 “시민단체의 이상과 달리 지방 자치도 정치의 일부분이며, 시민운동과 다른 영역”이라며 “단체장과 광역 의원 등에 대해서는 기존 정당에 맡겨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선거출마 찬반 논란/ 시민운동 '확장'이냐 '훼손'이냐

“시민운동 영역의 확장이다.” “시민운동 역량을 훼손하는 것이다.”

시민ㆍ사회단체의 지방선거 참여를 놓고 찬반 양론이 팽팽히 갈리고 있다.

‘녹색후보’를 통해 지방선거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환경운동연합의 박진섭(朴進燮)사무국장은 “명망가 중심이 아닌 건전한 상식을 지닌 지역 활동가의 지방선거 참여는 시민운동 영역을 실질적으로 확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사무국장은 시민단체가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임무를 벗어나 정치세력화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결코 정치세력화를 표방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민노총의 최승회(崔承會) 정치국장도 “정당이든 무소속이든 적극적으로 지방자치에 참여해 기존 정치질서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청년연합회 정보연 지방자치센터 소장은 “외각 감시활동만이 시민단체 활동의 능사는 아니다”며 “지방의회, 단체장에 좀 더 젊고 능력 있는 인사가 수혈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시민운동의 본분과 역량훼손을 이유로 시민단체의 선거참여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유명 시민운동가 A씨는 “미미한 지역 시민운동 역량이 선거를 통해 지방정치에 들어가면 결국 그만큼 해당지역 시민운동에 공백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희대 이영조(李榮祚ㆍ아태국제대학원)교수는 “시장과 정부에 거리를 둬야 하는 시민단체가 선거에 적극 참여할 경우 시민단체의 자율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균관대 김일영(金一榮ㆍ정치학)교수도 “시민단체의 존재이유는 무엇이냐”고 반문하면서 “시민단체가 직접 지방정치에 뛰어든다면 결국 스스로 기반을 허무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속 임원의 정당활동 및 정치참여를 금지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참여연대 등은 후보를 내지 않는 대신 옴부즈맨 활동 등의 공명선거운동과 후보자 정책 검증 등의 유권자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단체 관계자는 “환경, 여성 등의 분야에서 지역 시민운동이 선거에 참여하고 지방자치 활동을 하는 것은 삶의 질을 높인다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며 지역단체의 선거참여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선거참여 어떻게 해왔나

흔히 ‘제5부’로 불리는 시민단체의 선거 참여는 특정 후보 지지를 통한 간접 참여와 유권자 감시운동의 두 바퀴를 축으로 진행돼 왔다.

환경운동연합은 1995년 지방선거에서 소속에 관계 없이 환경 마인드를 지닌 후보 46명을 지지해 기초단체장 2명 등 31명이 당선(67.4%)되는 첫 성과를 얻었다. 98년 지방선거에서도 39명의 ‘환경 후보’ 중 21명이 당선됐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직접 선거참여는 아니었다. 환경련은 자체적으로 후보를 선발하지는 않고 기존 후보 중 정당이나 소속을 떠나 후보들의 환경 운동 참여 경력이나 친환경 마인드를 중요한 잣대로 삼아 ‘환경 후보’를 선정했다.

하지만 올해 치러지는 지방 선거에서 환경련은 본격적인 지방 선거 참여를 선언하고 올 초부터 후보 선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7일에는 녹색자치 전진대회를 열고 1차로 100명의 ‘녹색후보’를 발표했다. 이후 각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녹색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출마자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환경련 녹색자치위원회 박진섭(朴進燮) 사무국장은 “단순 지지나 소규모 선거 참여로는 지방자치 출범 10년이 지나도록 계속되는 개발 위주 정책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직접 선거 참여를 결정했다”며 “정당 공천 인사는 제외하고 시민단체 활동가 등 환경운동에 헌신한 인물 위주로 출마자를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권자 운동 역시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돼 왔다. 87년 대선 때 등장한 공명선거실천시민협의회(상임공동대표 손봉호ㆍ孫鳳鎬)의 불ㆍ탈법 선거운동에 대한 본격적인 감시 고발 활동은 유권자 운동의 신호탄이었다.

2000년 1월12일 참여연대, 환경련, 녹색연합 등 전국 460여개 단체가 참여한 ‘2000년 총선시민연대(약칭 총선연대)’의 등장은 선거사에 새 지평을 열었다. 당시 4ㆍ13 총선 개입을 공식 선언한 총선연대의 활동은 시민단체가 폐쇄적인 한국 정치과정에 뚜렷한 주체로 진입한 사건이자 자생력을 상실한 정치권을 향한 유권자의 권리 선언이었다.

총선연대는 ‘낙천ㆍ낙선 리스트’를 발표한 뒤 낙선 운동을 벌였고, 낙선대상자 86명 중 59명(68.6%)이 선거에서 떨어졌다.

그러나 총선연대 활동은 졸속 논란, 편파시비, 불법성 논란으로 상처 받는가 하면 지난해 7월과 8월 공동대표 등 집행부 7명에 대해 벌금형이 선고되고 헌법재판소의 ‘시민단체 낙선운동 금지 합헌’ 결정이 내려져 찬 서리를 맞고 있다.

이를 의식한 시민단체들은 올해 치러지는 양대 선거에서는 ‘네거티브(negativeㆍ부정적)’ 방식인 낙천ㆍ낙선 운동은 자제하고 후보자들의 정책과 자질에 대한 모니터 활동 강화와 후보자 정보 공개 운동 등 ‘포지티브(positiveㆍ긍정적)’ 방식으로 운동 방향을 전면 전환할 계획이다.

■시민단체 선거 참여 일지

ㆍ1987년 공선협 불ㆍ탈법 선거 감시고발 운동

ㆍ1995년 지방선거 환경후보 31명 당선

ㆍ1998년 지방선거 환경후보 21명 당선

ㆍ2000년 4ㆍ13 총선연대 활동(낙선대상자 86명 중 59명 탈락)

ㆍ2001년 7월 총선연대 공동대표 등 집행부 7명 벌금형 선고

ㆍ2001년 8월 헌법재판소 ‘낙선운동 금지 합헌’ 결정

ㆍ2002년 2월25일 대선 감시 시민 옴부즈만 발족

ㆍ2002년 4월 7일 환경련 1차 ‘녹색후보’ 100명 발표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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