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시작을 사흘 앞둔 10일.첫 격돌 무대인 인천에서 이렇다 할 움직임은 찾아 보기 어려웠다.시민들은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당원들조차 16일의 시장 후보 경선에 온 신경을 쏟고 있었다.
인천 지역 한나라당 11개 지구당 중 9곳을 돌며 동승한 택시 기사 10명 가운데 13일 한나라당의 인천대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2명 뿐이었다.
말문을 열더라도 ‘노무현(盧武鉉) 돌풍’ 등 민주당 경선을 으레 화제로 삼았다.
반면 밑바닥 당심은 ‘이회창(李會昌) 대세론’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날 만난 30여명의 지구당 당직자 및 대의원, 당원들은 이 전총재가 최소한 70% 이상의 표를 싹쓸이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남동을 지구당(위원장 이원복ㆍ李源馥)의 한 여성당직자는 ‘의리론’을 들어 이유를 설명했다. “야당탄압을 온몸으로 지켜 낸 이 전총재가 흔들린다고 배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남구갑지구당(위원장 민봉기ㆍ閔鳳基) 관계자도 “몇 년간 이 전총재 지지를 호소해 왔기 때문에 굳이 대의원이나 당원에게 이야기 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필패론’ 이나 ‘대안론’이 비집고 들어갈 틈새는 찾기 어려웠다. 오히려 ‘대세론’의 확산에 따른 세 불리기 가능성이 더 커 보였다.
이부영(李富榮) 후보측인 서상섭(徐相燮) 의원 지구당 관계자는 “ ‘노풍’의 반작용으로 이회창 후보에게 힘을 몰아 주어야 한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남구갑 지구당(위원장 민봉기ㆍ閔鳳基)의 한 대의원은 “아직 최병렬(崔秉烈) 후보를 지지한다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부영 후보측 대의원조차 “현장에 와 보면 목표인 30% 득표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게 될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모집당원 변수도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듯한 것이 현장의 분위기였다. 지난 3일 마감한 기존 모집자 대부분이 이회창 후보 지지자인 데다 적지 않은 지구당에서 아예 추가모집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동갑지구당(위원장 이윤성ㆍ李允盛)의 한 대의원은 “이회창 후보를 제외한 다른 후보를 모두 합쳐도 득표율 30%를 넘기기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경선 흥행’의 실패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팽배했다. “경선 모양새를 위해서는 지구당 위원장간에 조율이 필요하다”고 밝히는 대의원까지 있었다.
이부영 후보측 한 대의원은 “선거전략은 ‘너무 일방적인 득표는 안된다’고 호소하는 정도”라고 실토했다.
■판세분석
이회창 후보 진영은 인천에서의 압도적 우위를 자신한다. “득표율 전망이 별 의미가 있겠느냐”는 말까지 한다.
이 후보측은 공개적 지지 표명은 하지 않았지만 11개 지구당 가운데 황우여(黃祐呂) 조진형(趙鎭衡) 위원장 등 8명의 위원장이 지지파라고 보고 있다.
대의원과 당원의 지지율은 80%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 봤다. 과열 경선을 이유로 사실상 선거운동을 자제해 온 이유이기도 하다.
이부영 후보측은 30% 득표를 목표로 잡고 있다. 안영근 서상섭 정화영(鄭華永) 위원장과 박우섭 남구청장 후보가 발벗고 뛰고 있기 때문이다.
TV토론을 잘 치르기만 하면 40% 득표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최병렬(崔秉烈) 이상희(李祥羲) 후보측은 선전을 다짐하면서도 큰 기대는 하지 않는 눈치다. 최 후보는 이날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총재와 박근혜(朴槿惠) 의원을 잇달아 만나는 등 인천 경선 이후에 시선을 맞추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