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과 화훼점에 들러 보니 꽃이나 씨앗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서 있고 산과 들에는 나무심기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식목일이 들어 있는 4월이라는 특수성 때문이겠지만 나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런데 식물검역에 종사하는 필자는 국민이 나무 사랑을 환경 보호의 관점에서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운 생각이 든다.
사실 식물 검역은 동물 검역이나 수산물 검역 못지않게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국가적 이해 관계가 걸려있는 분야다. 중국산 꽃게 파동, 구제역 파동이 터지면서 국민은 동물, 수산물 검역이 일상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실감했을 것이다.
식물 검역도 다를 바 없다. 우선 반입 과정상의 문제다.
해외에서 반입된 식물에 묻어오는 해충이나 유해균이 좁은 국토에 한번 퍼지면 치명적인 피해를 끼칠 수 있다.
요즘 같은 지구촌 시대에는 특히 그렇다.
뉴질랜드는 한 주에서 다른 주로 식물을 이동할 때에도 검역을 실시할 만큼 식물 전염에 신경을 쓴다.
유출 과정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금은 ‘종자 전쟁’의 시대로 일컬어질 만큼 각국이 자국의 우수한 종자의 해외 유출을 막느라 혈안이 돼 있다.
우수한 씨앗 하나가 한 나라의 곡물 생산량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검역 절차를 강화해 종자 유출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애써 개발한 우수 종자가 해외로 몰래 빠져나가는 것에 대해 취약하다.
필자가 있는 검역소는 우편을 통해 서울 지역에서 반입되거나 유출되는 식물을 검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정부의 장비 현대화 계획에 따라 장비는 잘 갖춰진 편이다. 문제는 인력이다. 4명이 지난 한해 동안 7,000여건의 식물 검역을 실시했다. 1인당 하루 150여건 꼴이다.
제대로 검역이 이뤄졌다고 보긴 힘들다. 식물 검역에 대한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 조정구·국립식물검역소 서울국제우체국출장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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