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오랫동안 공부했던 어느 교수가 우리대학사회의 불안정성을 빗대어 한국을 ‘재미있는 지옥’으로 비유한 적이 있다.교육정책, 대학의 시스템을 단기처방에 따라 후딱 갈아버리는 불안정성은 지옥인데, 매일을 역동성 속에 살게 하니 재미를 준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재미없는 천국’인 나라가 숱하다.
‘재미있는 지옥’은 정치판에 딱 맞는다. 민주당 노무현과 이인제 두 대선후보의 공방, 두 신문과 노 후보의 충돌은 국민에게 재미있는 지옥이다.
노 후보의 장인문제 기사를 찾고 토요일오전부터 주말경선결과를 궁금해 하고 이 신문 저 신문을 비교한 사람들, 그리고 나서 정치에 다시 염증내기 시작한 사람들 속에는 내 동창, 이웃, 성당 교우들도 있다.
몇은 말했다. “폭로가 이어지고 노후보는 언론은 통제가능하다는 언론관을 가진 것 같은 데다 기자들에게 말을 내뱉고 기자들은 몇 달 묵은 그 이야기를 이후보에게 ‘보고’했다니 … 정치판은 여전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한 명의 튀는 정치인에 불과했던 노 후보가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부각한 이유를 열심히 해석한다.
노 후보가 급부상한 이유는 정말 무엇일까. 기성언론의 견해는 3김의 종말론이다.
구 정치인들로는 안 된다는 의식에서 출발하여 3김과는 다른 특성을 가진 노 후보에게 쏠림현상이 일어났다고 본다.
경륜, 카리스마, 지역주의가 3김의 상표였는데 자금, 조직, 학벌, 현역의원들의 지지에서 그 상표와는 거리가 먼 그를 대거 지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덧붙일 단서가 있다. 세상이 바뀌어, 제3의 언론이 나타났고 그 제3의 언론의 힘은 세다는 것이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www.nosamo.org)’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안티조선사이트 우리모두(www.urimodu.com)와 그곳에 배너로 연결된 넷소사이어티 같은 사이트들,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로 대표되는 인터넷신문들, 그리고 기자협회보(www.jak.or.kr)와 일부 교수, 시민운동가 논객을 말한다.
그들은 온ㆍ오프라인에서 소수의견이 공론(公論)이 되도록 ‘싸운다’.
제3언론은 ‘조폭찌라시 신문’ 같은 용어를 서슴없이 써, 거칠어보이나 수준 있는 미디어비평을 행한다.
독서, TV보기, 컴퓨터도 능동적, 비판적으로 할 것이 강조되는 시대, 또 미디어 리터러시(=해독. Literacy)가 미디어비평과 유의어로 올라 선 시대이니 제3언론 출현은 당연하다.
그러나 구 사고의 틀에서는 예상 밖의 출현에 과소평가하고 싶은 대상일 것이다.
박금자 편집위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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