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막화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지구촌의 사막화는 직접적으로 우리에게도 피해를 입힌다. 중국 북서부의 사막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우리나라가 입는 황사의 피해는 점점 커지고 있다. 중국에서 황사가 발생하면 우리나라는 15톤짜리 덤프트럭 4,000~5,000대 분량인 4만 5,000~8만 6,000톤의 모래먼지를 뒤집어 써야 한다.푸른 지구가 황색 불모지대로 바뀌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과 자연 파괴로 육지 면적의 3분의 1 이상이 모래 땅으로 변해가고 있다. 급속한 사막화로 생활의 터전을 빼앗긴 환경 난민이 속출하고 있고, 자연자원 고갈과 이상 기후 발생 등 예기치 못했던 재앙이 엄습하고 있다. 급속히 진행되는 사막화를 막기 위해 지역과 국가를 뛰어넘는 지구촌 전체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신음하는 지구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에 따르면 지난 50년 간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6배가 넘는 65만㎢가 모래 땅으로 변했다. 사막화의 속도는 갈수록 빨라져 최근에는 매년 6만㎢가 사막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아프리카의 경우 건조지역의 73%에 해당하는 1만㎢ 이상이 사막화에 노출됐다.
아시아에서는 1만4,000㎢에 이르는 방대한 면적이 사막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은 이미 전 국토의 27.3%가 사막이다. 게다가 해마다 서울의 4배가 넘는 2,500㎢의 땅이 사막으로 변하고 있다. 이미 사막은 베이징(北京) 북쪽 160㎞까지 다가서고 있다. 한 때 국토의 70%를 덮었던 필리핀의 울창한 삼림은 3~4%밖에 남지 않았다.
사막화는 가난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텍사스주의 광활한 초목지대 대부분이 더 이상 가축에게 풀을 먹일 수 없을 정도로 바짝 말라버렸다. 미국의 40%가 사막화로 신음하는 실정이다.
유럽 국가도 예외는 아니다. 전체 국토 면적의 5분의 1이 이미 사막으로 변해버린 스페인처럼 그리스와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유럽연합(EU) 국가들도 위험수위에 와 있다. 유럽 환경청은 지중해 연안의 광범한 지역이 경작이 불가능할 정도의 심각한 토양 파괴를 겪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사막화는 인재(人災)다
지중해 연안을 사막으로 바꾸는 주범은 올리브나무다.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지역을 비롯해 그리스의 크레타섬과 남부 이탈리아에는 광대한 올리브 농장이 펼쳐져 있다. 기름진 흙의 유실을 막고 물을 담아두기 위해서는 계단식 경작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이들 농장에는 올리브 나무가 경사지에 그대로 심어져 있다.
올리브 농가에 지원되는 22억 유로(약 20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에 눈독을 들이는 농민들이 늘어나면서 지중해 연안의 숲과 초지가 올리브 경작지로 바뀌고 있다. 그 결과 이들 지역은 심각한 물 부족과 토양 파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안달루시아 지역에서만 매년 8,000만톤의 표토가 소실되고 있다.
중국의 삼림과 지구촌의 허파 역할을 하는 브라질의 열대 우림이 파괴되는 원인 중 하나는 소 때문이다. 지난 한 해 동안 파괴된 아마존 유역의 열대 우림 면적은 1만 6,900㎢. 남한 전체 임야 면적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면적의 70%는 대부분 소 사육을 위한 목초지로 변했다.
중국의 소 사육 두수는 1억 2,700만두. 전세계 소 사육 두수의 10분의 1에 육박하는 이들 소를 먹이기 위해 중국의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 등 중국 북서부 지역에서는 대규모 벌채와 방목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지는 치밀하게 짜여진 유기체다. 기름진 토양은 식물에게 영양분을 제공하고, 대신 식물이 토양의 침식을 막아준다. 과도한 개발은 이 같은 자연의 조화를 파괴시킨다. 방목된 가축들이 땅 위의 풀들을 모두 먹어치우고 있고, 무분별한 벌채로 토양은 보호막을 잃어버린 채 빗물과 바람에 맥없이 씻겨져 나가고 있다. 월드워치 연구소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지구에서 사라지는 표토의 양은 무려 240억톤에 이른다.
▼혹독한 대가
사막화는 21세기 인류에게 가장 큰 재앙 중 하나다. 대지는 더 이상 풍성한 수확을 약속할 수가 없게 됐다. 사막화는 생존과 직결돼 있다. 모래 땅을 버리고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나는 환경 난민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멕시코인들이 고향을 등지고 미국 국경을 넘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사막화에 따른 생활고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1억 3,500만명이 고향을 떠날 위기에 처해 있다.
사막화는 기아의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 불안과 정치적 혼란을 안겨 주고 있다. 아프리카와 같은 불모지에서 최근 발생한 무력충돌 중 10건이 사막화에 따른 기근과 연결돼 있다. 소말리아 사태가 대표적 예다. 사막화에 시달리는 중국 북서부 지역 주민들이 동부 도시로 대이동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이면서 중국 정부는 지역갈등과 도시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에 빠져 있다.
이외에도 사막화는 생태계의 파괴는 물론, 지구 온난화와 홍수 등 이상 기후 유발과 환경 오염 등 지구에 심각한 질병을 안겨주고 있다.
유엔연합환경계획(UNEP)은 전세계 110개국, 10억 인구가 사막화로 고통받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구촌 전체가 일년에 420억 달러(약 547조 원)의 비용을 치르고 있다는 추산이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인류생존 직결,유엔차원 대응
사막화는 빈곤과 무지와 맞닿아 있다. 사막화로 고통받고 있는 국가 대부분이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등 사막화를 막을 기술도 재원도 없는 소외된 나라들이다. 환경 난민이나 황사 문제 처럼 사막화는 국경을 뛰어 넘는 골치거리가 되고 있다. 사막화는 지구 전체에 던져진 과제인 셈이다.
사막화 문제는 1977년 나이로비에서 유엔 차원의 대책회의가 열리면서 처음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68년부터 74년까지 극심한 가뭄으로 아프리카의 사헬 지역이 사막화하면서 20만명이 죽는 참사가 빚어져 국제적인 경각심을 확산시켰다. 그러나 첫번째 국제회의는 선진국이 실질적인 지원을 외면하고 피해국가조차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해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국제적 노력이 구체적으로 가시화한 것은 1994년 프랑스 파리에서 105개국 대표들이 사막화방지협약을 채택하면서부터다. 이후 협약 가입국가들은 다자간 협정을 통해 사막화를 방지하기 위한 장기 전략을 수립, 실행에 옮기고 있다. 사막화의 원인을 밝히는 연구는 물론 피해 국가에 대한 재정ㆍ기술 지원이 추진되고 있다. 94년 협약에 서명한 이후 가입을 미루던 우리나라는 황사 문제가 본격화하던 99년 156번째 가입 국가가 됐다.
각국별 대책 마련도 활발하다. 미국은 국토의 40%를 갉아먹고 있는 사막화를 막기 위해 10년간 1,000억달러의 경비를 투입하는 국가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중국도 지난해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채택한 10차 5개년 계획을 통해 사막화 방지를 국가적인 사업으로 설정했다. 이집트는 아스완댐의 물을 사막으로 끌어들여 사막을 녹지로 만드는 ‘토스카 계획’을 수립 200억달러를 쏟아붇고 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키워드
사막화는 한마디로 기름진 토양이 생산력을 잃는 것을 뜻한다.지표에서 강수량보다 수분 증발량이 많아 성분이 파괴돼 토지 생산력이 저하되는 과정이다.좁게는 사하라 같은 사막이 영역을 넓히는 것을 말하기도 하지만 난개발과 기후 변화로 삼림이 초원으로,초원이 다시 모래 땅으로 변하는 것이 넓은 의미의 사막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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