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두산과 LG의 시범경기에서 희한한 장면이 연출됐다. 1회말 두산 정수근이 총알 같은 타구를 때렸다. LG선발투수 김민기는 엉겁결에 글러브를 내밀었다. 정수근의 타구는 글러브 속으로 빨려들어갔다.팬들이 배꼽을 잡고 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은 다음순간. 볼이 글러브에서 빠지지 않자 김민기는 1루수쪽으로 달려가며 글러브를 1루수에게 토스, 정수근을 아웃시켰다.
글러브가 없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투수가 시속 150㎞의 강속구를 던지고 야수가 빨랫줄 같은 타구를 다이빙 캐치하는 것은 글러브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글러브는 볼 배트와 함께 야구경기를 가능하게 하는 기본장비다. 요즘은 글러브가 필수장비이지만 1800년대 중반까지 선수들은 맨손으로 볼을 잡았다. 글러브가 처음 등장한 때는 1869년이었다.
당시 신시내티 레드스타킹스의 포수 더그 앨리슨이 양가죽으로 만든 글러브를 끼고 경기에 출장했다.
하지만 글러브를 끼면 팔불출이라고 여겨져 선수들이 상당 기간 글러브를 기피했다. 한때 양손에 글러브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서는 웃지 못할 장면도 연출됐다.
1903년에 이르러서야 글러브가 유행했다. 1920년에 지금과 같은 글러브가 대량생산됐다. 이후 발전을 거듭, 가죽으로 만든 글러브가 필수품이 됐다.
정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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