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동(李守東) 전 아태재단 이사가 9일 “지난해 11월 김대웅(金大雄) 광주고검장(당시 서울지검장)이 전화를 걸어 대검 수사상황을 알려줬다”고 진술함에 따라 검찰 조직이 또 한번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특히 현직 고검장이 검사로서의 기본의무에 위배되는 기밀유출 의혹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검찰 조직 전체에 미칠 충격파는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검찰은 이날 이 전 이사로부터 자백을 받아낸 직후부터 초비상이 걸린 분위기였다.
박만(朴 滿) 수사기획관과 김진태(金鎭太) 중수2과장은 이날 오후 3시30분부터 김종빈(金鍾彬) 중수부장실에서 2시간 동안 긴급대책회의를 가졌으며 이명재(李明載) 검찰총장도 퇴근시간을 늦춰가면서까지 참모진과 향후 수사방향을 논의했다.
검찰 간부들은 설마했던 일이 사실로 드러난 데 대해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또 한번의 검찰 신뢰성 하락이라는 후폭풍을 걱정했다.
그러나 대체로 김 고검장이 특검팀에 의해 사실상 단독 지목됐던 사실로 미뤄 이미 충분히 예견됐던 결과라는 반응이다.
특검팀은 통화내역 추적작업을 통해 이 전 이사가 미국행 비행기표를 예매한 지난해 11월6일 이전 김 고검장이 이 전 이사에게 세 차례 전화를 걸어온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특급 구원투수로서의 책임을 안고 출범한 ‘이명재 검찰’이 첫 시험대를 정면돌파한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해온 것도 이런 예측의 근거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검찰의 의지와는 별개로 향후 수사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일단 이 전 이사의 진술이 명쾌하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김 고검장이 순순히 혐의를 시인할 지부터 미지수다.
김 고검장은 “만일 전화를 했다하더라도 당시 알고 지내는 사람에게 안부전화를 한 것이 죄가 되느냐”는 종전의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어 쉽게 자백을 받아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안이 단순한 기밀유출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당시 대검 중수부 수사라인과 무관한 위치에 있던 김 고검장이 수사내용을 알게 된 경위부터가 의문점이다. 이 경우 또 다른 내부 기밀유출자가 누구인지가 다시 문제가 된다.
봐주기 수사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도 검찰의 부담이다.
김 고검장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 전 이사는 수사대상이 아니었다”던 이전 검찰의 해명이 설득력을 잃게 된다. 이렇게 되면 검찰 내부에 대한 큰 폭의 수사 확대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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