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곤(趙宰坤ㆍ41) 서울대 한국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이 그 동안 한국 근ㆍ현대사 연구에서 몰각되어 왔던 보부상의 역사적 지위를 재평가한 공로를 인정받아 역사ㆍ사회학 분야의 권위있는 상인 월봉(月峰) 저작상을 10일 수상한다.조씨는 지난해 펴낸 ‘한국 근대사회와 보부상’(혜안 발행)에서 구한말 독립협회와 쌍벽을 이루던 황국협회의 주역 보부상을 중세적 관행에서 탈피해 근대적 시장경제의 주체로 변신하려고 했던 과도기적 상인 집단으로 새롭게 자리매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부상은 수구세력과 결탁한 반근대화 세력, 근대적인 상업발달을 저해하는 봉건상인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었습니다. 독립협회를 탄압하고 동학농민항쟁 진압에 나선 것이 그 근거지요.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부상은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근대상인의 초기 모습을 보여준 독특한 상인 집단이기도 합니다.”
‘시대에 뒤떨어진 장사꾼’‘기득권 층에 동원돼온 몰상식한 상인’_ 보부상에 대한 기존 인식은 지나치게 정치 편향적 해석이었다고 조씨는 설명한다.
조씨는 대신 19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초반에 걸쳐 전개된 보부상 조직의 형성과 성장 및 다양한 활동상, 그리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정부정책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 좀 더 총체적 틀에서 보부상을 바라보려고 시도했다.
결국 보부상이 때로는 시대의 조류를 거스르는 행보를 보였지만, 이는 ‘황실 주도의 근대화’라는 그들 나름의 이념에 충실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보부상은 오히려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공제소’라는 단체를 결성해 일본 화폐의 일종인 ‘제일은행권’ 유통반대운동에 나서는가 하면,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신문 ‘상무총보’(1899년)를 간행하고 상공학교 설립을 추진하는 등 근대적 상인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조씨는 설명했다.
조씨가 보부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국민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역사학과 대학원에서 한국 상업사를 연구하면서부터.
‘한국 근대사회와 보부상’은 그의 박사학위 논문을 정리해 낸 책이다.
월봉저작상은 일제강점 시기 언론운동과 민족운동에 공헌한 한기악 선생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으며 그 동안 학계의 원로 또는 중진 학자가 주로 수상해왔다.
월봉저작상 심사위원회는 “그동안 독립협회에 대한 연구는 적지 않았으나 그 반대축인 황국협회에 대한 본격 연구는 이 책이 유일한 선구적 저서”라며 “국권 함몰시기 보부상의 변천과정 등 근대 상인 자본의 원류 탐색에 탁월한 성과를 보여줬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김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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