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측 위원장 정치학자 김영작씨 내정 "정치논리개입 타협보석 아니냐" 비판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출범한 한ㆍ일 역사 공동연구위원회(공동연구위)가 활동에 들어가기 전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측 위원장에 정치학자가 내정되고 일본측 위원들 역시 대부분 우익 인사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져 학계에서는 양국간 공동 역사연구가 무산될 것까지 우려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역사학계가 공동으로 구성한 일본교과서바로잡기운동본부는 공동연구위 한국측 위원장에 이달 초 김영작(61)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내정됐다는 데 대해 4일 성명을 통해 비판했다.
운동본부는 성명서에서 “김 교수의 위원장 내정은 정부의 일방적인 낙하산식 임명”이라며 “5공화국 시절 민정당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국회의원을 지낸 김 교수를 내정한 것은 정부가 교과서 왜곡 문제를 외교관계를 고려해 적당히 타협하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주장했다.
공동연구위는 지난해 4월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파문을 가라앉히기 위해 같은 해 10월 한일 정상이 설치를 합의한 것으로 국내에서는 3월에 구성됐다.
공동연구위는 2년 시한(연장 가능)으로 두 달에 한번씩 회의를 열어 양국의 쟁점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공동연구위 국내 연구위원으로 내정된 학자는 조동걸 최병헌 정옥자 김장권(이상 서울대) 이만열(이화여대) 강창일(배제대) 김태식(홍익대) 정재정(서울시립대) 김현구(고려대) 노중국(계명대) 교수 등 10명으로 정치사 전공인 김장권 서울대 국제지역원 교수를 제외하면 모두 역사학자이다.
위원으로 내정된 어느 교수는 “김 교수가 역사학계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할 지 의문”이라며 “조동걸 교수나 이만열 교수가 김영작 교수보다 학계 원로인데 정치학자를 굳이 좌장격인 위원장에 내정한 것은 정부가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해 적당히 타협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양국 위원장과 고대사, 중세사, 근현대사 등 3개 분과 위원 20명이 참여한 가운데 25일 열릴 공동연구위 첫 회의에 앞서 한국측 위원회의 성격과 활동방향을 놓고 상당한 내부 진통이 예상된다.
역사학계에서는 일본측의 위원 인선에 대해서도 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현재 일본은 미타니 타이이치로(三谷太一 郞) 대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 기타오카 신이치(北岡伸一) 도쿄대 교수, 하라다 다마키(原田環) 히로시마여대 교수,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 교수 등 위원 10명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학계에서는 이름이 드러난 이들 4명이 과거보다는 합리적이지만 한결같이 우경화한 역사관을 지닌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최병헌 서울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역사교과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양국의 5개 주류 역사관련학회 대표자가 만난 자리에서 일본 학자들은 ‘정부가 위원 선정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주류학회에 문의한 적이 없다’면서 향후 공동연구위 위원이 비주류 우경적 인사들로 채워질 것을 우려했었다”고 일본측 분위기를 전했다.
강창일 배제대 교수는 “97년에도 교과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치했던 양국간 ‘역사공동연구협의체’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전례가 있다”며 “이번에도 역사교과서 문제가 정치적 논리에 의해 희석돼 역사공동 연구가 무산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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