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지난 해 정년퇴직한 남편과 함께 있는 것이 점점 견디기 힘듭니다. 평생 회사 일밖에 몰랐던 남편은 퇴직 후 바깥출입을 두절한 채 집안 일에 일일이 간섭입니다.겨우 자식 뒷바라지에서 벗어나 이제부터 제 시간을 즐기려는 저에게 남편을 하루 세끼 식사 차릴 것을 주문합니다.
남편 시집살이에 바깥에서 친구를 만나거나 취미활동을 하는 것도 어려워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남편 간섭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정순일씨(59ㆍ 서울 은평구 녹번동)
A.자식양육 의무에서 간신히 벗어나 뒤늦게나마 자아실천을 하시려는 마당에 부닥드린 구속에 얼마나 당혹하십니까? 남편에게 분노하시고, 남녀차별 세상을 원망하심에 이해가 갑니다. 그렇더라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지요.
먼저 남편이 왜 그런지를 생각해 볼까요. 남자들의 정년퇴직은 여자의 갱년기같은 심리상황을 몰고 옵니다.
쓸모없는 인간이 되었다는 자격지심, 수입이 없거나 적어졌다는 초조불안감, 지도감독하면서 야단 칠 밑의 사람이 없어졌다는 허탈감, 누구도 자기 눈치를 볼 상황이 아님을 알고 오는 소외감 속에 남편은 있다 하겠습니다. 그래서 우울하고 까다롭게 된 것이지요.
댁의 남편은 정년퇴직을 하셨습니다만, 보통 남자로서는 대개 그 이전에 승진을 못하고 회사를 나옵니다.
남편은 그만큼 경쟁사회인 회사에서 동료들을 하나 하나 제치고 승진하고 살아남았으니 대단한 분입니다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한가할 때 놀아 줄 친구를 잃었다는 것이지요. 가족을 위한 그의 희생이었지요.
댁의 남편이 회사 일밖에 모를 정도 였다 함은 역으로 그만큼 아내와 자식들에게 미안감을 쌓아 놓고 있었다는 말 입니다. 조금만 참아주오, 내 퇴직하면 그때는 실컷 놀아주리다 하고 지내왔을 공산이 크지요. 그래서 그는 지금 아내와 단둘이 하루 세끼 식탁에서 오손도손 이런저런 인생담을 나누고 싶지요.
대책은 이렇습니다. 우선 처음 몇달은 친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남편에 보조를 맞추십시오. 남편은 쭈빗쭈빗 그간의 못한 이야기들을 해 올 것입니다. 늙은 아기 다루는 간호사인양 남편 말을 들어 주되, 다투지는 마십시오.
다음에는 아내로서 겪은 그간의 고충을 반만 이야기해 드리십시오. 부엌생활 30년에 생기는 짜증도 알려 준 다음, 노인남자도 가끔 혼자 차려먹거나 나가 사먹는 것이 재미있음을 알게 하십시오.
공동취미도 찾아 보십시오. 친구 남편들과도 어울릴 기회를 친구들과 의논해 보십시오. 의외로 호응이 있을 것입니다. 아내가 자기를 내치지 않음을 확인한 남편은 대개 반년 안에 혼자 일어섭니다.
● ‘조두영박사의 상담실’이 신설됩니다. 40여년동안 서울대의대 정신과 교수로 재직해 온 조두영(65)박사가 실버세대 여러분의 소외감과 가슴 속 응어리를 시원하게 풀어드릴 것입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