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마음 속을 떠나지 않는 기억과 핏속을 흐르는 전통, 그 풍경을 현대적 감각으로 승화시킨 두 무게있는 작가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전광영 - 수천개 조각 천연염료 염색
전광영(58)씨가 27일까지 서울 소격동 국제화랑(02-735-8449)에서 열고 있는 ‘Aggregation’(집합)전은 전통과 현대 미술이 얼마나 멋들어지게 만날 수 있는가 하는 가능성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현장이다.
그는 삼각형으로 잘디 잘게 자른 스티로폼을 하나하나 고서(古書) 종이로 싸고 다시 한지(韓紙) 끈으로 묶는다.
그렇게 만든 수천 개의 조각들을 치자, 쪽, 모과 등 천연 염료로 염색한 뒤 하나의 틀 안에 튀어나오거나 묻히도록 맞춰 심어서 작품을 완성한다.
반달 혹은 부채를 닮은 것 같은 형상과, 그 은은한 색조는 마치 미명의 새벽 하늘이나 장지문에 떠오르는 서늘한 겨울달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순화의 경험을 준다.
전씨는 한약방 천장에 가득 매달린 약재 봉지에 대한 유년시절의 기억에서 ‘집합’ 연작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 김남용 - 절제된 화면… 차분한 색조
16일까지 서울 관훈동 가나인사아트센터(02-736-1020)에서 ‘기억 속의 풍경’ 전을 여는 김남용(42)씨는 자신의 기억에 흔적을 남긴 나무와 길이라는 두 가지 제재로 고요한 아름다움의 세계를 선보인다.
드로잉과 회화, 브론즈, 유리, 설치 등 출품작 40여 점은 여러 영역을 넘나들지만 그의 주제는 한 가지, 기억이 주는 평화에 대한 추구이다.
작품에 표현된 나무는 때로는 인간의 형상을 닮아있기도 하고, 어떨 때는 줄기와 가지 자체가 길이 된다.
감정이 철저히 배제된듯한 추상적 풍경이지만, 관람객은 그의 작품에서 저절로 자신이 걸어왔던 길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되새겨볼 수 있을듯하다.
재료에 상관없이 공통된, 절제된 화면의 분할과 차분한 색조는 작가의 주제에 대한 끈질긴 탐색을 드러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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