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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본선진출국 분석] (19)벨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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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본선진출국 분석] (19)벨기에

입력
2002.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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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는 붉은악마(Red Devils)의 원조다. 유럽 지역예선 6조에서 크로아티아에 이어 2위를 기록, 본선 직행에는 실패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강호 체코를 연파하며 티켓을 차지했다.벨기에는 개최국 또는 전대회 우승국의 혜택 없이 예선만을 통해 유일하게 6번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저력 있는 나라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현재 21위.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4강까지 진출했던 벨기에는 2002 한일월드컵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준비를 하고 있다.

벨기에는 전통적으로 수비에 무게중심을 두는 축구를 해왔으나 이번 월드컵 지역예선에서는 막강한 화력을 과시했다. 지역 예선 8경기에서 25골을 기록했다. 예선 1위 크로아티아보다 10골이나 많은 득점이다. 빠른 측면돌파가 인상적인 벨기에는 4-4-2 전형을 기본으로 한다.

축구클럽이 2,000여 개나 되고 등록선수가 34만명에 달하는 등 벨기에 축구의 뿌리는 튼튼하다. 축구가 국기로 인정받고 있고 지역간 경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격렬한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국내 프로리그 수준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 유럽 빅리그의 3부리그 정도로 평가된다. 1부인 주필러리그는 설기현(안더레흐트)이 뛰고 있어 친숙하다.

▼정신력과 체력 만점

체력은 타고난 자산이다. 하지만 강한 정신력은 와세이주 감독의 작품이다. 와세이주 감독은 인간의 정신력을 활동의 결정변수로 보는 정신주의 신봉자다.

그의 인터뷰에는 자신감과 정신(spirit)이라는 말이 빠지지 않는다. 수비수 재키 피터스(33ㆍKAA 겐트)와 음보 음펜자(26ㆍ갈라타사라이) 등 대부분의 선수들은 “와세이주 감독이 팀에 정신을 불어넣어주었다”고 평가한다.

체코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벨기에는 두터운 수비벽을 쌓은 뒤 역습을 노리는 작전으로 승리를 일궈냈다. 정신력과 체력의 승리였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벨기에가 특별한 강점이 없지만 어느 팀에게도 밀리지 않는 점은 체력과 정신력의 뒷받침이 있기 때문이다.

▼전력의 핵

샬케 04 소속인 마크 빌모츠(33ㆍ공격형 미드필더)와 에밀 음펜자(24ㆍ스트라이커)가 공격의 축을 이룬다. 패싱력과 슈팅력을 고루 지닌 빌모츠는 주장으로 유럽 지역예선에서 8골을 터뜨려 팀 내 최다득점자가 됐다. 빌모츠는 월드컵 출전경험이 가장 많은 선수로 꼽힌다.

비록 후보신세였지만 빌모츠는 10대후반인 86년 멕시코월드컵에 처음 출전했다. 그는 경기 내내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과시한다.

미드필더 음보 음펜자의 동생인 에밀 음펜자는 수비수 대 여섯명을 몰고다니는 선수로 유명하다. 벨기에 최고 스트라이커로 성장한 그는 사각지역에서도 골을 뽑아내는 천부적인 자질을 갖고 있다. 체코와의 플레이오프에서 1골을 뽑아내고 페널티킥까지 얻어낸 공격수 게르트 베르하이옌(32ㆍ클럽 브루게)도 공격의 한 축을 떠맡는다.

▼부상 경계령

와세이주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은 선수들의 부상이다. 플레이메이커 조안 왈렘(30ㆍR 스탠다드 CL) 등 간판급 선수 3명이 부상으로 당분간 발이 묶일 수밖에 없다.

특히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핵심선수들의 부상이라는 점이 부담스럽다. 중앙수비수 주스 발가에렌(26ㆍ셀틱)은 사타구니 수술을 받아 월드컵 본선에 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에밀 음펜자와 빌모츠도 무릎과 허벅지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높은 수비벽을 쌓아왔던 중앙수비수 글렌 드 보엑(31ㆍ안더레흐트)과 니코 반 케르크호번(32ㆍ샬케04)도 부상에서 회복되지 않고 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아시아 징크스' 이번엔 깰까

벨기에는 월드컵에서 한국과 인연이 깊다. 한번 맞붙기도 어려운데 12년사이에 2번씩이나 본선에서 만났다.

1990년 이탈리아대회에서 한국의 첫 상대가 벨기에(0-2 한국패)였고 98년 프랑스대회 예선 세 번째 경기에서 대결했다(1-1 무승부). 98년 대회에서 벨기에는 1_0으로 앞서다가 유상철에게 동점골을 내줘 조 예선에서 탈락하는 비운을 맛봤다. 이임생이 붕대투혼을 유감없이 발휘된 것도 그때였다.

벨기에는 러시아 일본 튀니지와 함께 월드컵 본선 H조에 편성돼 있다. 벨기에는 무난한 조 편성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나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같은 조의 일본과 러시아가 벨기에를 1승 제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한 발 앞서 있는 가운데 벨기에는 공동주최국 일본과 16강 진출을 놓고 힘겨운 대결을 펼쳐야 한다. 6월4일 일본과의 첫 경기는 16강 진출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된다.

94년 미국대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0-1로 패했고 98년 대회에서는 한국과 비기면서 16강 진출에 제동이 걸렸던 벨기에가 과연 이번에 아시아징크스를 깰 수 있을까. 벨기에는 프랑스 알제리 슬로바키아 등과 잇따라 평가전을 갖고 2라운드 진출을 담금질한다.

박석원기자

■벨기에 축구대표팀 와세이주 감독

“우승이 아니라 조 예선 세 경기를 연속으로 이기는 것이 목표다.” 본선 6회 연속 진출의 전통을 세운 벨기에의 로베르 와세이주(63) 감독은 강한 자신감에 넘쳐 있다.

그는 “어떤 경기든 최선을 다한다는 자세가 중요하며 벨기에가 그 같은 축구의 진면목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한다.

벨기에를 이끄는 그의 관록은 남다르다. 1971년부터 국내리그에서 지도자 경력을 쌓기 시작했고 99년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지도자 생활만 30년이 넘었다.

벨기에의 본선 6연속 진출은 와세이주 감독에게 큰 자랑거리다. “불굴의 팀 정신의 결과”라고 강조한 와세이주 감독은 “20여년간 강한 정신력을 길러준 선배 지도자들에게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감독이 꼽은 벨기에의 강점은 팀이 훌륭한 집단규율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와세이주 감독은 그러나 “지단(프랑스) 바티스투타(아르헨티나) 등처럼 경기 분위기를 주도할 스타급 선수가 없다”는 사실을 약점으로 지적했다. 와세이주 감독은 또 후보역할론을 강조한다.

그는 “감독에게는 모든 선수가 중요한데 후보선수들의 책임도 막중하다. 그들이 능력이 있고 정신력으로 무장돼 있으면 주전들이 자극을 받게 된다. 당연히 주전들은 좋은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벨기에가 수비보다 공격력이 약하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절대 그렇지 않다. 어느 팀이나 불규칙한 경기리듬이 있고 성적에도 기복이 있게 마련이다. 우수한 수비수는 물론 공격축구에 적합한 선수들도 많다”고 강조했다.

와세이주 감독은 “프랑스 아르헨티나 등의 강세가 점쳐지지만 한국 일본 스페인 등에서 다크호스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가 다크호스를 언급한 건 벨기에도 이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은근히 내세우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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