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고문은 요즘 바쁘다.대선후보 경선에서 이인제(李仁濟) 고문과 경쟁해야 하고 일부 언론과도 양보 없는 일전을 벌이고 있다.
7일만 해도 노 고문측은 서울과 포항에서 동시에 ‘최근 언론 관련 현안에 대한 입장’이라는 유인물을 배포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최근 이 후보와의 정치공방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일부 신문사에 대한 공격적 자세를 마다 않은 이 유인물은 노 후보가 처한 입장을 잘 보여주는 내용이랄 수 있다.
“동아일보 폐간 얘기는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언론을 거론하는 사정은 민주당의 경선과정이 혼란스러운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반증인 동시에 노 고문의 절박한 입장을 말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이해를 전제로 하더라도 노 고문의 유인물을 읽어가다 보면 일선기자에게 딱 걸리는 대목이 있다.
그는 이 고문 측이 기자들의 정보보고를 증거로 주장하고 있는 점을 의식한 듯, 기자들이 만드는 정보보고의 신뢰도를 일반화해 문제시했다.
“신뢰성이나 근거는 대단히 미약한 ‘믿거나 말거나’식이어서 도저히 기사화할 수 없는 것이다”는 지나친 표현까지 동원돼 있다.
누구나 자신의 결백함을 호소할 수는 있지만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기자의 통상적 업무 중 중요한 한 영역을 이런 식으로 비하하는 행태는 수긍하기 어렵고 올바르지도 못하다.
판단이 단정적이고 사실과도 틀린다면 중요한 입장을 밝히는 유인물에 나와서는 안 되는 표현이었다는 생각이다.
그는 언론인 출신이 아니어서 취재 관행을 잘 모를 수도 있다. 참모들의 얘기를 들은 것이라면 좀 더 신중한 여과 과정을 거쳤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민주당 경선에 바람을 몰고 온 노 고문은 현재의 언행은 물론 과거의 발언 하나 하나까지 검증과 시선을 거쳐야 하는 새로운 입장에 놓여있다.
대통령후보로 나서려는 사람에 맞는 정밀함을 함께 보고 싶다.
신효섭 정치부 차장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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