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발표된 ‘주택시장 안정대책’에 따라 전국의 공동주택 기준시가가 조정되었다.기준시가가 서울지역 평균 16.5%, 서울 강남지역은 약 25% 상승함에 따라 주택에 관련된 국세, 특히 양도소득세 부담이 늘어났다.
그러나 기준시가 인상이 주택가격 안정에 도움을 주기는 어렵다.
양도소득세는 이미 주택을 가진 사람들이 팔 때 부과되는 세금이므로 주택을 비싸게라도 사려는 실수요자가 많다면 주택가격은 오른다.
수요가 많다면 주택을 파는 사람들이 세금부담을 떠넘길 수 있기 때문에 주택가격은 오히려 더 오를 수도 있다.
이론적으로는 자본이득 과세가 전반적으로 주택 매도 시기를 늦추는 소위 ‘동결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 주택시장에서 양도소득세 중과세에 따른 동결효과가 주택가격의 상승을 초래할 정도로 큰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실수요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수급불균형 상황에서는 양도소득세 중과세가 가격을 안정시키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의 주택가격 상승은 바로 수급불균형에 기인한다.
IMF위기 이전에 연 50만호 이상 주택을 건설하다가 경제위기 동안은 연 30만~35만호로 대폭 줄었고, 그나마 대형평수 위주의 고급 아파트나 수도권 주변의 난개발 지역에 집중되었으므로 서울의 직장에 출퇴근하면서 자녀교육도 만족시킬 만한 중소형 주택의 건설이 부족했다.
이에 비해 경제가 회복되고 전세입자가 낮은 금리로 돈을 빌어 집을 구입하면서 주택 수요는 크게 늘었다. 공급부족_수요확대에 따른 주택가격 상승은 투기적 수요를 불러 일으킨다.
그러나 투기적 수요는 가격 상승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기 때문에 기준시가 인상이나 세무조사, 떳다방 단속 등의 투기억제 시책이 장기적으로 주택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한다.
기껏해야 거래를 동결시켜 가격 움직임을 보이지 않도록 하는 단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면 어떻게 주택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을까? 정부는 과거의 부동산 가격 급등기에 내놓았던 여러 긴급 대책들의 실패로 미뤄 임시방편적인 투기억제 대책이 정도(正道)가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이번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저소득층에 대한 금융지원, 주택공급 확대시책 등을 담고 있으며 단기대책들에 비해 비중이 더 큰 것이 이를 반영한다.
주택공급은 기본적으로 자금과 택지의 애로만 없다면 다소 시일이 걸리더라도 늘려갈 수 있다.
금융자유화와 낮은 이자율, 그리고 부동산 금융상품의 발달로 자금측면의 애로는 줄었다. 택지 쪽이 문제인데, 택지는 개발계획과 기반시설 투자를 통해 생산되는 상품이다.
좋은 아이디어로 계획하고 충분히 투자하면 80년대 말의 신도시와 같은 양질의 택지가 생산되고, 그렇지 못하면 90년대 식의 난개발이 불가피하다.
서울을 중심으로 땅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그린벨트 해제 지역과 판교 화성 등의 신도시 개발지역, 그리고 서울 시내 및 근교의 이곳 저곳에 택지공급의 여지는 많다.
다만 이 땅들이 좋은 택지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충분한 기반시설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교육에 대한 우려가 높은 점을 감안하면 새로 계획되는 신도시, 특히 서울과의 거리가 먼 화성신도시에는 자립형 사립고, 각종 특수 고교, 더 나아가 외국 사립학교의 국내 분교 등을 유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기 남부지역엔 일자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 가장이 이 근처에 직장을 가지고 있을 경우 교육여건에 대한 확신이 설 때 신도시로 이주할 것이다.
이는 장거리 교통수요를 줄여서 그 만큼 기반시설 투자비도 낮출 수 있다. 좋은 택지는 만들어지는 것이며, 이를 위해 광범위하게 아이디어를 모아야 한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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