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는 ‘6미(味)3주(酒)’가 있다. 6가지의 별미음식과 3가지의 술이다. 설렁탕 돌솥밥 삼계탕 숯골냉면 대청호매운탕 구즉도토리묵과 오미자주 국화주 구즉농주다. 그 중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사랑을 듬뿍 받는 음식이 구즉도토리묵이다.도토리묵은 서민의 음식. 어딘지 가난의 냄새도 배어 있다. 대전 유성구 봉산동(일명 구즉마을)의 도토리묵도 가난 때문에 생겨났다.
농가의 부업이자 생계의 수단이었다. 그러던 묵이 대전엑스포가 열리면서 향토음식으로 지정됐고 묵을 만들던 구즉마을은 아예 묵촌이 됐다.
언제나 왁자한 분위기의 시골장터 같은 분위기다. 훈훈한 인심을 담은 묵집 30여 곳이 성업중이다. 묵은 부담없는 가격에 먹을 수 있는 별미이면서 다이어트 식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웬만한 경험이 없으면 맛있는 묵을 만들기 힘들다. 조리법은 간단한 것 같지만 조리과정의 노하우는 그렇지 않다.
가을에 주운 도토리를 쓴다. 묵의 재료로는 졸참나무 도토리가 가장 좋다고 한다. 껍데기를 까서 말린 도토리를 절구에 넣어 가루로 만든 뒤 4~5일 물에 담가 떫은 맛을 우려낸다.
떫은 맛이 다 빠지면 윗물을 걷어내고 가라앉은 앙금만 큰 솥에 넣고 불을 땐다. 잘 섞어야 한다. 끈적끈적하게 엉기면 틀에 붓고 식힌다.
묵은 손가락 굵기의 채로 썰어 멸치 다시마 무를 넣어 끓인 육수를 붓고 잘게 썬 김치와 김을 얹는다. 사람들은 구즉도토리묵의 향기에 반한다.
은은하고 구수한 도토리의 향이 시원한 멸치육수에 잘 녹아 있다. 이어 새콤한 김치의 냄새가 코를 톡 쏜다.
밋밋한 접시에 나오는 다른 지역의 묵과 달리 국물과 함께 오목한 그릇에 담기 때문에 젓가락질이 서툰 사람도 짜증낼 필요가 없다. 그냥 숫가락으로 퍼먹으면 그만이다. 그래서 외국인에게도 권할만하다.
/글 권오현기자
구즉묵집(대전 유성구, 지역번호 042)
할머니묵집 935-5842
외할머니묵집 935-7333
꽃사슴묵집 935-5192
청기와묵집 935-6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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