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부동산 가격이 계속 추락해 고민이다.지난해 일본의 땅 값은 전년에 비해 5.9% 떨어져 11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지가가 최고치를 기록했던 1991년과 비교하면 택지는 36% 하락해 87년 수준이었으며, 상업지는 62% 떨어져 80년과 비슷했다.
초 저금리로 돈을 풀어도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니 부동산 가격도 떨어지기만 하고 있지 오를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서민들에게도 땅 값 하락은 결코 좋은 것은 아니다. 일본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 일본의 부동산 가격 하락은 자산 디플레이션을 가속화해 앞으로 기업과 은행의 경영을 더욱 압박하게 된다.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부담이 그만큼 더 커지게 된다. 그러니 실업률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국민들은 더욱 더 주머니를 열지 않게 된다.
80년대 후반기 절정을 보였던 거품 현상의 부작용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실력 이상의 거품은 반드시 터지게 마련이고, 그 후유증은 이처럼 무섭다.
■ 우리의 경우는 부동산 가격이 너무 뛰어 걱정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얼마 전 ‘지가 변동과 노사분규’라는 보고서에서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 고소득층의 자산가치는 커지는 반면 노동자들의 근로의욕은 저하된다며, 부동산 가격이 거품 현상을 보이고 있는 올해 노사분규 발생건수가 예년에 비해 늘 것이라고 예측했다.
연구소가 84년부터 94년까지 지가 변동률과 노사분규 발생 건수를 비교 분석한 결과다.
■ 보고서는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노동자들이 이에 대한 보상으로 큰 폭의 임금 인상을 요구해 노사분규 발생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가격 급등이 사회 갈등을 야기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외환위기 직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너무 빨리 오름세로 돌아섰다.
좀 더 다지고 거품을 제거해야 하는 데 ‘냄비 근성’이 유감없이 발휘되어서 그런 것일까. 일본의 고민이 ‘강 건너 불’이 안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