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이 되려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부의 상징, 사치와 향락의 본거지, 첨단 패션타운, 젊은이의 해방구 등 화려한 수식어가 떠올려진다. 이곳에 최근 또 하나의 별칭이 추가됐다. ‘성형촌(成形村)’.
압구정로에서 남북으로 연결된 언주로 선릉로 등 3곳의 대로변에만 총 84개의 성형외과 간판이 걸려있다.
전국 성형외과 개원의(2001년 초 기준 750명)의 절반 가량인 344명이 서울에서 활동중인 사실을 감안하면 이 일대 3㎞ 구간에만 서울의 성형외과 의사의 4분의 1 가량이 몰려있는 셈이다.
골목 안쪽과 인근 신사동 청담동 논현동 등을 합하면 200여개의 성형외과 의원이 압구정동을 중심으로 포진했다.
의원 1곳당 하루 평균 10~15명이 성형수술을 받는다. 매일 2,000~3,000명의 ‘성형 미인’이 압구정동 일대를 통해 배출되고 있는 것이다.
■성형미인에는 남녀노소가 없다
성형외과의 주고객은 20대 여성임은 주지의 사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10대 청소년에서 장년층, 남성환자들의 발길이 부쩍 잦아졌다.
질병이나 사고, 선천성 기형으로 신체 부위를 고치려는 재건성형은 전체의 5%에 불과하다. 멀쩡한 몸에 칼을 대는 미용성형이 대부분이다.
쌍커풀- 코 높이기- 유방확대 등 순으로 환자들이 몰리지만 주름 및 지방제거와 피부박피 등을 원하는 사람들도 꽤 많아졌다.
세현성형외과 유현석 원장은 “17~18세 이후가 성형 수술 적기”라고 말했다.
■왜 압구정동 성형외과인가?
1980년대 하반기부터 하나 둘씩 생겨난 압구정동 성형외과는 1990년대 들어 그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이 일대가 첨단 유행붐을 선도하기 시작한 시점과 거의 비슷하다.
강남에서 가장 비싼 임대료를 물면서도 도로변 ‘노른자위’ 상가에는 어김없이 성형외과 간판이 내걸려있다. 신규 개업의들은 골목 안쪽이나 다른 동네로 밀려나야한다.
성형외과 내부 장식도 웬만한 호텔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초호화판이다.
고객들은 대부분 지인들의 소개로 오는 경우가 많지만, 젊은 네티즌들 사이에는 인터넷에 올라있는 성형외과 사이트 등을 둘러보고 직접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각 의원들이 인터넷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때문. 비싼 임대료에 화려한 인테리어, 무리한 광고홍보비 등으로 의료비는 비쌀 수 밖에 없다.
■고객들은 궁금하다
성형외과의 난립에 못지않게 문제점도 노출되고있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원하는 고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객관적 정보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인터넷에도 의료비와 의사들의 전공 분야 등 가장 기본적인 자료조차 없는 경우가 태반. 광고에 의존하거나 주변 친지에게 귀동냥으로 얻어야 하는 형편이다.
네오성형외과 김성욱 원장의 설명. “전문의 3~4명이 함께 개업하는 성형외과 대형화 추세가 나타나고있어요. 의사들이 전공에 대한 전문성을 좀 더 강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요.”
’압구정 특구’가 ‘성형특구’로 변신해가고있다.
염영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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