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창덕선생님의 ‘꺼벙이’를 기억하는 분들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습니다.”최근 옛날 만화 복간 붐을 일으키는 데는 김인호(37) 바다출판사 사장이 큰 몫을 했다.
일본 만화와 국내 젊은 작가들의 만화가 대세를 이루던 지난해 4월, 코엑스에서 열린제5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축제(SICAF)에 ‘꺼벙이’ ‘도깨비 감투’ 등 추억의 만화를 처음 선보인 사람이 바로 그였다.
그때부터 ‘공포의 외인구단’(세주문화사) ‘마이 러브’(서울문화사), ‘팔불출’(우석출판사) 등 다른 출판사도 복간 작업에 동참했다.
지금까지 그가 복간한 옛날만화는 10여 종. ‘도깨비 감투’(신문수) ‘두심이표류기’(윤승운) ‘5학년5반 삼총사’(박수동) ‘달려라 하니’(이진주) 등1970~8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만화들이다.
최근에는 1988년부터 1993년까지 만화잡지 ‘매주만화’에 연재했던 이두호씨의 ‘객주’를 복간했다.
박기정씨의 1964년 작 ‘도전자’를 비롯해 ‘악동이’(이희재) ‘비둘기합창’(이상무) ‘황색탄환’(김형배)도 나올 예정이다.
“옛날만화를 복간키로 한 것은 2000년 8월 만화전문 출판사인 B&C를 인수할 무렵입니다. 1999년 인문서‘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로 히트를 친 후 공격적인 경영을 하던 때죠. 만화시장을 보며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 1970년대 그 많던 우리만화는 다 어디로 가고 일본만화만 판을 치고 있나’ 하는 거였죠. 그 만화들을 복간하면 충분히 승산이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때부터 ‘바다그림판’이라는만화 팀을 만들고 만화평론가 박인하씨를 외부 기획위원으로 끌어들여 복간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기존만화와 차별화전략을 시도했다.
“원가가 2배 이상 비싼 미색모조지를 쓰고 판형도 2배이상 키웠습니다. 최근 나온 ‘객주’는 아예 양장까지 했습니다. 고급스럽게 책을 만들어 만화방이나 대여점이 아닌 일반서점을 공략하기로 했습니다.”
복간의 가장 큰 어려움은 원본을 확보하는 일. 원작자도 원본 그림이나 과거 출간된 만화책을 갖고 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했다.
제작중인 박기정씨의 ‘도전자’는 작가가 장롱 속에 감춰뒀던 낡은 만화책이 유일할 정도. 그것도 비를 맞고 좀이 쓸어 복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사장은 “복간작업을 하면서 우리가 우리만화를 얼마나 홀대했나 뼈저리게 느꼈다”며 “B급 문화로 취급받던 만화를 일종의 문화원형으로 복원한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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