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1시께 강원 속초항. 금강산으로 출발하는 설봉호 앞에는 베낭을 맨 대학생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이날 연세대생 23명이 MT 사전답사를 떠났고, 경희대 지리학과 1~4년 학생의 절반이 넘는 117명도 설봉호에 몸을 실었다.
경희대 지리학과 정다와(21)씨는 “재정문제로 많이 고민했는데 지원금을 받게 돼 금강산 답사를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3분의 1이 대학생
대학가에 금강산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달 21일부터 정부의 금강산 관광 지원이 시작되면서 금강산이 싱그러운 대학생들로 넘쳐나고 있다.
정부 지원을 받을 경우 금강산 관광비용은 대학생ㆍ65세 이상 실향민ㆍ독립유공자 등은 20만원, 초ㆍ중ㆍ고생은 10만원선.
4일 이 지원금을 받아 떠난 216명 중 대학생이 163명에 달했고, 이들이 대거 가세하면서 이날 승선 인원은 554명으로 평균인원(400명선)을 크게 웃돌았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도서ㆍ벽지 소규모 학교나 유치원, 고등학교 동아리, 교사 등도 잇따라 신청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예약이 거의 없던 5월 관광을 40여명이 예약하는 등 예년에 비해 예약률이 4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 답사, MT 등 다양
주로 학과나 동아리 단위로 떠나는 대학생들의 관광 목적도 학술 답사, MT, 통일 체험, 수학여행 등으로 다양하다.
이들은 ‘금강산으로 모꼬지(MT) 가자’(전남대) ‘우리 민족의 반쪽을 찾아가는 금강산 수학여행’(연세대) 등 대형 플래카드와 대자보를 학교 곳곳에 붙이는 등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서강대는 총학생회 후보로 출마한 한 학생이 ‘금강산 답사’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동국대는 북한학과와 총학생회 주도로 전 학생을 대상으로 금강산 답사단을 모집중이다.
북한학과 조교 김석환(金錫煥)씨는 “반응이 매우 좋아 금강산 답사를 매년 정례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항공대, 부산대 등 부산지역 5개대와 전남대 등도 4월 중 금강산 관광을 계획하고 있다. 연세대 동아리연합회의 한 회원은 “금강산 관광을 통해 말로만 전해들었던 북한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고 말했다.
■ 설악산 등은 울상
현대 아산은 관광객수가 급증함에 따라 관광선 추가 투입과 숙박시설 증축을 검토중이다. 사업 파트너인 한국관광공사도 금강산 열풍에 맞춰 이 달 중 금강산 원정각 인근에 면세점을 개점하는 등 관광객 맞이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금강산 열풍의 그림자도 드리우고 있다. 대학생 등이 금강산으로 몰리면서 설악산 등에는 관광객이 다소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상석(河尙錫ㆍ66) 설악번영회장은 “중ㆍ고생이나 대학생들이 설악산 수학여행 대신 소규모 단위로 금강산 관광에 나서고 있어 머지 않아 불똥이 튈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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