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들의 공약을 면밀히 평가해 기업들에게 전달하겠다.”(3월4일 조남홍 경총 부회장) “공약평가는 실효성이 없다. 전경련은 반대다.”(3월14일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 “일단 평가작업은 할 것 같다. 하지만 방식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4월4일 전경련 관계자)대선후보 공약평가 여부를 둘러싼 재계의 내홍(內訌)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갈수록 커지는 재계 내부의 균열은 일단 ‘평가작업은 실시, 방법은 추후논의’란 어정쩡한 타협안으로 봉합됐지만, 공약평가를 주도했던 경총과 이를 반대하는 전경련의 근본적 시각차는 좁혀지지 않은 상태.
서로를 ‘눈치나 보는 곳’, ‘물정 모르는 곳’으로 여기는 감정적 대립 분위기까지 흐르고 있다.
경총도 전경련도 모두 재계를 대변하는 단체. 회원사도 거의 동일하고, 회장단 면면까지도 상당수 중복된다. 동질적 집단을 대표하는 두 단체가 이질적 목소리를 내는 것은 분명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재계 단체들의 공약평가 공방에 대한 재계의 진짜 입장은 뭘까. 의외로 대기업들은 무관심했다. 한 재벌그룹 고위인사는 “솔직히 정치문제에 별로 끼어 들고 싶은 생각이 없다. 평가를 해도 그 쪽(경제 단체들을 지칭)에서 하는 것이고, 문제가 돼서 책임을 져도 그 쪽에서 지겠지”라고 말했다.
설립목적과 활동범위가 다른 만큼 현안인식도 다를 수는 있지만, 어떤 경우든 출발점은 회원사(기업)의 의견수렴이다. 그러나 경총도 전경련도 공약평가에 대한 기업들의 입장을 충분히 수집했다는 흔적은 별로 없다.
‘재계’(스스로는 ‘경제계’라고 부른다)란 이름으로 포장된 ‘재계단체’들의 독주는 정작 기업에 혼선과 무관심만 부추긴다. ‘재계의 소리는 없고 오직 단체의 아우성만 있을 뿐’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경제부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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