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리에식 선진금융은 다 버려라.”제일은행이 ‘선진금융’이라는 이름 하에 도입했던 윌프레드 호리에 전 행장의 경영방식을 폐기하고, 한국 정서에 맞는 영업전략으로 전환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2000년1월 제일은행의 경영권이 미국의 뉴브리지캐피털에 넘어간 뒤 최초의 외국인행장으로 부임했던 호리에 전행장은 파격적인 서구식 영업전략을 도입, 추진해왔으나 지난해 8월 실적부진으로 전격 교체됐다.
가장 큰 변화는 “은행 수익에 기여하는 고객만 상대하겠다”던 기존 전략의 수정. 제일은행은 최초 은행거래 때 5만원 미만은 아예 받지 않았던 ‘예금 초입금 제도’를 최근 폐지했다.
호리에 전 행장이 소액ㆍ휴면계좌는 은행의 수익성만 갉아먹는다는 이유로 이 제도를 도입했지만, 고객 이탈만 초래했기 때문.
대신 전 소매영업점 직원들이 수 만장씩 전단을 들고 아파트 단지를 방문하는 등 한국식 대출 캠페인에 다시 나섰다.
제일은행은 또 이 달중 다른 은행으로 거래처를 옮긴 고객 명단을 각 지점에 내려보내, 직원들이 직접 방문하게 할 계획이다.
양승렬 상무는 “호리에 전 행장이 일부 긍정적인 기여를 한 것도 사실이지만, 너무 돈 되는 것만 찾다가 고객들을 다 놓치고, 은행을 망쳤다”며 “호리에식 선진금융은 실패”라고 규정했다.
제일은행은 또 뉴브리지측 임원들로부터 ‘무시당했다’는 피해의식에 젖어있는 직원들에 대한 사기 진작책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수익증대 효과가 없다며 지점장에게서 회수했던 회사차를 최근 다시 지급했다. 특히 로버트 코헨 행장이 참석하는 회의에서는 뉴브리지측 영업전략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게 선진기법이니까 반대하면 안 된다”던 호리에 전 행장 시절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홍보에 있어서도 “선진금융기법이 다른 은행들에게 샐 우려가 있다”며 소극적이던 자세에서 “알린 건 알린다”는 적극적 자세로 선회하고 있다.
양 상무는 “직원들 사이에 만연하던 패배주의가 마지막 기회라는 위기의식으로 점차 바뀌고 있다”며 “특히 코헨 행장이 호리에 전 행장시절 제일은행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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