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특사자격으로 방북 중인 임동원(林東源) 청와대 외교안보통일 특보는 4일 저녁 숙소인 백화원 초대소에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면담, 이산가족 교환행사, 경의선 연결사업 등의 조속한 재개에 합의했다.김 위원장은 특히 북미 대화에 응하겠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두 사람은 대북 식량 및 비료지원을 위한 경협추진위를 이달 중 서울에서 열기로 의견을 모았다.
정부 당국자는 “임 특사는 이날 저녁 전격적으로 숙소인 백화원 초대소를 찾아온 김 위원장과 면담하고 만찬을 함께 했다”면서 “이산가족 상봉 등 합의사항의 이행과 북미대화 등에 대해 폭 넓은 의견 접근이 있었다”고 밝혔다.
임 특사는 한반도 위기를 막기 위해 북미ㆍ북일 대화에 응하고 남북 화해협력 사업을 재개하는 것을 촉구하는 김 대통령 친서를 전달했다.
임 특사는 2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확인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대북 인식, 9ㆍ11 테러 이후 급변한 세계정세 등을 설명한 뒤, 핵ㆍ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문제를 풀기 위한 북미 대화를 김 위원장에게 권고했다.
임 특사는 또 월드컵 개막식에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북측 고위 인사가 참관하길 바란다는 김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북미대화의 필요성에 동의하면서, 북한을 적대시하고 있는 미국의 대화 의지를 전제된다면 미국과의 대화와 협상에 나서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피랍자 문제로 교착 상태인 북일 협상과 관련, 제반 여건을 고려해 재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특사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의사를 물었으나, 김 위원장의 반응은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북측이 김일성(金日成) 주석 90회 생일을 기념해 준비 중인 ‘아리랑’ 공연에 남측 인사의 참관을 기대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과 임 특사는 면담을 가진 후 이날 밤 늦게까지 만찬을 함께 했다.
만찬에는 북측에서 김용순(金容淳) 노동당 대남비서, 임동옥(林東玉) 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이, 남측에서 김보현(金保鉉) 국정원 3차장, 조명균(趙明均) 통일부 남북교류협력국장, 서훈(徐勳) 통일부 국장이 배석했다.
임 특사 일행은 5일 김용순(金容淳) 노동당 대남비서 등과 합의사항을 담은 공동보도문을 발표한 뒤 판문점을 통해 귀환할 예정이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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