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가 3일 현 정권을 좌파적 정권으로 규정, 청와대와 민주당이 이에 정면으로 반발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이 전 총재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대선후보 경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급진세력이 좌파적인 정권을 연장하려 하고 있다”며 현 정권과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상대로 이념공세를 폈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에 따른 조급증만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몰상식하고 시대착오적인 망발”이라고 강력히 반박했다.
이 전 총재는 “이 정권은 잘한 일도 있지만 안정을 희구하는 국민의 뜻과는 달리 좌파적 정책을 펼 때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개혁과 변화에는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잘못된 역사인식과 감각으로 너무 급진적으로 나라의 기본 틀과 구조를 깰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나라의 앞날이 걸린 중요한 순간이므로 이 나라 국기(國基)를 지키겠다”고 덧붙였다.
이 전 총재는 이에 앞서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고려대 정경대 교우회 초청강연회에 참석, “볼셰비키 혁명과 나치 출현 등은 당시 대중의 간절한 바람과 소망이 바탕이 됐으나 방향을 잘못 잡아 역사를 거꾸로 가게하고 인류를 고통과 파괴로 끌고 갔다”며 “변화의 방향과 바람이 제대로 가도록 국민이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선숙(朴仙淑) 청와대 대변인은 “구시대적인 색깔논쟁은 국민이 바라는 정치발전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선거 전략 차원에서 하는 말들에 대해 일일이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영배(金令培) 대표직무대행은 “우리 당은 정강정책에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중도개혁 노선을 분명히 천명하고 있다”면서 “이 전 총재의 발언은 몰상식하고 적절하지 못한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전 총재와 한나라당이 낡아빠진 색깔공세 이외에는 아무 것도 갖지 못하고 창안해 내지도 못하는, 정치적 자산의 빈곤과 정치적 상상력의 결핍에 빠져 있다는 증거”라고 비난했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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