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요코하마(橫浜) 시장 선거에서 마쓰시타(松下) 정경숙(政經塾) 졸업생인 나카다 히로시(中田宏ㆍ37) 후보가 무당파 바람을 일으키며 당선된 것을 계기로 일본 정계에서 마쓰시타 정경숙 파워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마쓰시타 정경숙은 ‘경영의 신’으로 불렸던 마쓰시타(松下) 전기 설립자 고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 회장이 지도자 양성을 기치로 내걸고 1980년 사재 70억 엔을 들여 설립했다.
마쓰시타 회장은 “기업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국민생활이 나아지지 않는다. 결국 정치가 좋아져야 한다”는 신념으로 정경숙을 만들었다고 한다. 22~35세의 정치 지망생을 2~3년 간 각계 1인자의 강의와 현장연수 등 독특한 교육방법으로 길러낸다. 그는 “정경숙을 졸업하면 바로 문부성장관쯤은 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엘리트 교육을 강조했다고 전해진다.
정경숙은 지금까지 20기에 걸쳐 192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 가운데 중의원 19명과 참의원 2명 등 현역 의원만 21명에 이른다. 정경숙 1기생인 자민당 아이자와 이치로(逢澤一郎ㆍ47) 의원은 벌써 5선이고, 3선인 3기생 민주당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ㆍ39) 의원이 당 간사장대리를 맡는 등 주요 당직자도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장 4명, 지방의회 의원 21명을 합치면 무려 47명이 정계에 들어갔다.
이들은 소속 정당에 관계없이 정책연구회나 청년기구 조직 등을 통해 일정한 연대의 끈을 유지하고 있고, 선거 때는 서로 지원 유세도 활발하다. 선거 포스터나 신상명세에 반드시 ‘마쓰시타 정경숙’ 출신임을 명시하고 있으며, 정경숙의 이미지가 좋아 선거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졸업 후 정경숙측의 알선으로 정계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모두 정당의 공모에 응해 선발돼 선거에 나섰다는 게 정경숙측의 설명이다. 이미 명문대를 졸업한 엘리트들이 많은데다 정경숙에서 교육까지 받아 어느 정당이나 탐을 내는 인재라는 주장이다.
일본 언론들은 아버지의 후광을 업거나 지역구를 물려받은 2세 정치인들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 정치풍토에서 전문적인 정치수업을 받은 마쓰시타 정경숙 출신들의 진출은 일단 고무적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마쓰시타 정경숙 졸업이 단순한 정계입문의 발판이나 또다른 정치적 기득권이 되는 것에 대한 경계도 빼놓지 않고 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