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매트리스만 보고 벽에 기대 뛰어내렸습니다.”2일 서울 동대문구 전농2동 속칭 ‘588 윤락가’ 인근 D여관 화재 당시 탈출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된 김종한(金鍾漢ㆍ33)씨는 3일 오전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며 몸서리를 쳤다.
인근 나이트클럽 웨이터로 일하는 김씨는 4년 전부터 이 여관 4층 509호에서 일명 ‘달방살이’를 했다. 전날 새벽까지 일했던 김씨가 숨을 조여오는 매캐한 연기에 잠을 깼을 때는 이미 불이 방안까지 들어차고 있었다. “창 밖을 보니 출동한 소방차는 사다리도 없고 소방대원들 역시 불구경만 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매트리스로 뛰어내려 목숨은 건진 김씨는 이 매트리스를 구조에 나선 인근 주민들이 깔아놓았다는 사실을 알곤 감동과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주민들은 급박했던 화재현장에서 한 여자 투숙객이 뛰어내리다 머리를 크게 다치는 것을 목격한 후 주변 골목에 버려진 매트리스를 바닥에 깔고 낙하를 유도해 김씨 등 10여명을 구해냈다.
박명한(朴明漢ㆍ39)씨는 “매트리스가 없었다면 뛰어내릴 생각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트리스를 이용한 구조활동은 여관 뒤편에서도 진행됐다. 인근 교회에 묵으며 만화작업을 하던 안승룡(安承龍ㆍ47)씨는 여관 3층 창문에 20대 남자가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주차장에 버려진 매트리스를 깔아 3명의 생명을 구했다.
한편 이날 화재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40대 여성이 추가로 숨져 사망자는 5명으로 늘었다.
고찬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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