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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잔인한 달…스크린까지…폭력성 논란 영화 잇따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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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잔인한 달…스크린까지…폭력성 논란 영화 잇따라 개봉

입력
2002.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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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스크린도 잔인하다.5일 개봉하는 ‘배틀로얄’은 일본 개봉 당시 영화 등급이 따로 없는 이 나라에 ‘R-15(연소자관람불가)’ 등급을 처음 만들만큼 폭력성이 논란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배틀로얄’이 불분명한 시대를 배경으로 현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같은 날 개봉하는 ‘블레이드2’는 흡혈귀에 대한 폭력으로 폭력 욕구를 정당화한다.

흡혈귀 영화가 양산되는 것은 인간처럼 생겼으나 인간이 아니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잔인한 처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영화가 인간의 폭력 욕구를 합법적으로 흘려 보내는 일종의 하수구라는 전제는 이런 영화에 딱 통하는 말이다.

■배틀로얄 / "죽이지 않으면 죽는거야"

중학교 3학년 한 반 학생 40명이 수학여행 길에 정신을 잃는다. 도착한 곳은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반경 10㎞의 무인도.

테러사건으로 학교를 떠났던 담임교사 기타노(기타노 다케시)가 나타나 공포에 질린 그들에게 ‘베틀로얄(Battle Royale)법’의 전투규칙에 대해 설명한다.

“각자 나눠주는 무기로 한 사람만 살아남을 때까지 싸워라. 기간은 3일. 만약 제한시간까지 두 사람 이상 살아있으면 목에 채워진 센서가 폭발해 모두 죽는다. 도망가거나, 제한구역을 침범할 경우에도 센서가 폭발한다.”

폭발적인 실업률 증가(1,000만명)와 학생들의 등교거부(80만명), 청소년 폭력으로 얼룩진 가까운 미래의 일본.

‘배틀로얄법’은 그 혼란한 사회를 바로잡고, 강한 생존능력을 갖춘 청소년을 양성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신세기 교육개혁법이다.

내가 살려면 친구를 죽여야만 하는 상황과 감시자인 ‘빅 브라더스’의 존재는 전학 온 두 명을 포함한 42명을 죽음과 살인의 이중적 공포에 떨게 한다.

공포는 처음에는 그들을 절망 속에 빠뜨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폭력성을 자극한다.

‘상대가 나를 죽이기 전에 내가 먼저 죽여야 한다’는 명제는 믿음와 우정, 양심과 죄의식을 앗아가 버린다.

우발적인 살인과 그에 따른 충격은 점차 의도적인 살인과 광기로 변하고, 아이들은 스스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잔혹한 게임의 노예가 된다.

어디 그들만 그럴까.

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새 다음 살인의 대상과 방식에 호기심이 발동하고, 점점 잔인하고 색다른 살인을 기대하고, 영화가 희망으로 내세운 나나하라 슈야(후지와라 다쓰야)와 그를 좋아하는 여학생 나카가와 노리코(마에다 아키)에게까지 무슨 일이 일어나길 기대하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끔찍한 일이다.

‘배틀로얄’은 그 끔찍한 인간 내면의 폭력성에 대한 고발이다. 이 충격적인 이야기를 자신의 60번째 작품으로 선택한 72세의 후카사쿠 킨지 감독은 그 폭력성이야말로 절대 믿을 수 없는 어른들이 만든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너무나 무표정해 오히려 코믹한 기타노의 모습이 “이 영화는 단지 불온한 상상일 뿐”이라고 강조하고 있긴 하지만.

1999년 출간한 다카미 고순의 소설이 원작. 일본에서 학부모들의 반대 등 논란 끝에 개봉,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18세 관람가.

이대현기자

leedh@hk.co.kr

■블레이드 2 / "변종 흡혈귀를 없애라"

1998년 개봉했다 큰 인기를 끈 ‘블레이드(Blade)’의 속편이다.

‘블레이드’는 전통적인 흡혈귀 영화에 테크노 음악과 홍콩 영화의 와이어 액션, MTV 식의 빠른 편집을 가미한 국적 불명의 영화.

그러나 중국에는 없는 자장면이 본토에까지 진출했듯, 잡종 혼성 영화인 ‘블레이드’는 이후 유사한 기획 영화들이 쏟아질 정도로 맛있는 잡탕이었다.

속편은 더 강하고, 자극적이어야 하는 법. ‘블레이드 2’는 인간과 흡혈귀의 잡종으로 태어나 낮에도 깨어 있을 수 있는 일명 ‘데이 워커’(Daywalker)’ 블레이드(웨슬리 스나입스)의 액션이 더욱 현란해졌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존재론적 회의도 있을 법한데, 액션에 치중한 이 영화에는 그런 ‘상념’은 없다.

대신 더욱 강력해진 적들이 나타났다. 블레이드는 인간은 물론 흡혈귀까지 잡아 먹는 변종 ‘리퍼’를 축출하기 위해 흡혈귀와 공동 작전에 돌입한다.

블레이드와 흡혈귀 자객들이 칼을 들고 싸우는 장면은 마치 ‘와호장룡’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중국 액션의 냄새가 물씬하다.

흡혈귀들의 DNA 조작까지 끼워넣어 문명비판적인 코드도 다분히 노렸지만 대세는 남성들이 환호할 만한 킬링 타임용 영화. 감독 길레르모 델 토로. 18세 이상.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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