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전총재가 3일 대선후보 경선 출마 회견에서 정부ㆍ여당을 겨냥하는 키워드로 ‘급진 세력’과 ‘좌파적 정권’을 거론한 것은 그의 향후 대선 전략이 이념ㆍ색깔 공세를 축으로 삼을 것임을 예고한다.이 전총재는 이날 회견에 앞서 가진 고대 교우회 초청 조찬강연에서 러시아 볼셰비키와 독일 나치의 해악까지 예로 들며 급진 세력을 비난해 작심하고 나섰음을 짐작케 했다.
공세의 표적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1위를 질주하고 있는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고문이다.
노 고문을 급진세력으로 규정, 대선을 보혁 대결 구도로 끌고 가면서 자신을 정점으로 한 보수 대연합으로 노풍(盧風)을 잠재우겠다는 의도이다.
이 전총재는 “급진 세력이 좌파적 정권을 연장하려 하고 있다”며 정권과 노 고문을 동시에 겨냥했다.
노 고문이 현 정권의 충실한 이념적 계승자임을 드러내려는 노림수다. 노 고문이 좌파 성향의 급진주의자이면서 호남에 기반을 둔 DJ 정권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심산이다.
보수층 결집을 유도하는 동시에 PK(부산ㆍ경남) 출신인 노 고문의 영남권 잠식을 막으려는 포석이다.
눈을 당내로 돌리면 영남권 보수파를 기반으로 대선후보 경선에 나서는 최병렬(崔秉烈) 의원의 영역을 제한, 보수파 의원들을 자신의 확실한 지지기반으로 되돌려 놓으려는 계산도 읽을 수 있다.
이 전총재측의 색깔 공세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측근들은 노 고문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면 혹독한 이념 검증을 통해 그를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해 왔다.
다만 양당의 후보 확정 이후가 될 것으로 여겨졌던 시점은 많이 앞당겨 졌다.
이는 당 내분 수습 이후에도 좀처럼 호전되지 않고 있는 지지도에 대한 불안감이 적잖이 작용한 것 같다.
한 측근은 “하루빨리 노 고문과 확실한 전선을 형성, 반전의 계기를 잡아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또 한창 가열되고 있는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고문의 노 고문 공격으로 공세의 효과가 배가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색깔 공세는 여권 뿐 아니라 당장 당 후보 경선과정에서도 역풍을 부를 공산이 크다.
경선에 출마한 이부영(李富榮) 의원과 개혁파 소장그룹 등이 강하게 반발할 태세여서 이 총재의 대응 방향에 따라서는 극한 대립과 분열 사태를 빚을 수도 있다.
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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