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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네거티브 선거전략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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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네거티브 선거전략의 함정

입력
2002.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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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주변에 정육점이 하나 있었다.독점이어서 그런지 고기의 질은 나쁜데 가격은 비싼 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 정육점이 하나 들어섰다.

두 집은 경쟁적으로 가격을 내렸고 고기의 질도 좋아졌다. 덕분에 가계부의 빨간색 숫자도 줄어들게 되었다.

이러한 원리는 정치의 시장에서도 적용된다.

국민이 보다 좋은 정치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경쟁이 필요하다.

이른바 각종 게이트와 정책의 실패로 국민 지지도가 추락하자 여당인 민주당은 떠난 민심을 다시 잡기 위해서 국민경선제를 채택했다.

국민경선제 덕분에 민주당의 지지도가 급상승하게 되자, 이번에는 한나라당이 나선다.

정권교체를 명분으로 당내 민주화에 머뭇거리던 한나라당이 의원 후보의 경선 등을 포함한 개혁조치를 취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그간 우리 정치를 짓눌러오던 ‘1인 보스’ 중심의 사당적 구조가 무너지고 있다.

그러나 경쟁에는 함정이 있다.

우리 집 주변의 두 정육점은 급기야 출혈경쟁에 들어갔고, 결국 한 정육점이 문을 닫았다. 그리고 쇠고기의 값은 그 이전보다 더 비싸졌다.

공정경쟁을 유도할 기제(機制)가 없었던 게 문제였던 것이다. 정치의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공정한 경쟁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와 게임의 룰을 준수하고 있는지 여부를 감시할 수 있는 기구가 존재해야만 국민은 계속해서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중반에 들어선 민주당 경선에서 나타나고 있는 음모론과 자질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네거티브 선거전략은 공정게임을 보장할 기제가 충분히 마련되지 못한 것에 원인이 있다.

음모론은 후보자들이 연이어 사퇴하고 있는 것을 그 정황증거로 내세우고 있다.

국민경선제가 원형으로 하고 있는 미국의 예비선거에서도 대부분의 후보들이 중도사퇴를 하지만 음모론이 제기되지 않는데, 왜 우리만 유독 음모론이 제기되는가. 이것은 선거운동의 투명성과 연관돼 있다.

미국에서는 선거자금이 동이 나면 더 이상 선거운동을 꾸려 나갈 수 없으므로 후보자들이 사퇴를 하는데, 선거자금의 수입과 지출이 완전히 공개되기 때문에 음모론이 끼어 들 여지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 부분이 전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사퇴의 진정한 원인이 무엇인지,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보이지 않는 손은 누구인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그 의혹이 커져서 음모론이 되는 것이다.

네거티브 선거운동 역시 마찬가지다.

정치적인 수사가 후보자의 실제 이슈에 대한 입장을 나타내 주지는 못함에도 불구하고 말꼬리 잡기식 선거운동이 계속되는 것은 정치적 행동에 대한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큰 원인이다.

법안에 대한 투표기록 만큼 좋은 정치기록이 없는데, 우리 국회는 기록투표를 거의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후보자들의 정치적 결과물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정치비전을 중심으로 선거운동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말 실수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네거티브 선거전략이 범람하는 것을 막는 데는 언론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추앙 받는 워싱턴이 도둑으로, 링컨이 사생아로, 루즈벨트가 호색가이자 유대인으로 공격 받았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네거티브는 그 효과가 엄청날 수 있기 때문에 후보자들은 이 전략을 사용하고자 하는 유혹을 이겨내기가 어렵다.

이 때 유권자들이 잘못된 정보를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서방 언론들이 각 후보자가 내보내는 TV광고나 홍보물 등에 대해 어느 부분이 진실이고 거짓인지에 대해 분석한 기사를 내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권자들이 후보자들로부터 직접 얻는 정보보다 언론을 통해 얻는 정보가 더 많음을 생각할 때 언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김민전 경희대 국제지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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